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의 소통과 성장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성실하게 이행해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공유, 참여와 소통, 그리고 이를 통한 성장. 우리 교육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에도 결코 뒤로 할 수는 없는 여러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많은 고민과 노력이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가게 될지에 대한 생각도 깊어갑니다.

◆ 책으로 전하는 꿈

헤더 헨슨의
헤더 헨슨의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표지

미국의 경제대공황 시대,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으로 경제 구조와 관행을 개혁해 경제난을 극복하려 노력했지요. 그는 2주에 한 번씩 학교나 도서관이 없는 지역 가정 곳곳에 사람이 직접 말이나 노새에 책을 싣고 방문해 책을 전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들(Pack Horse Librarians)'이라 불린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험한 길을 넘나들며 책을 전했습니다.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헤더 헨슨)의 책 아주머니는 바로 그 사서 중 한 명입니다.

책 아주머니는 애팔래치아 산맥 켄터키 지방의 험한 길을 넘어 고산지대 마을에 사는 칼과 라크의 집에 2주마다 꼭꼭 책을 배달하러 옵니다. 책 읽는 걸 몹시 좋아하는 여동생 라크는 전해 받은 책을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늘 반깁니다.

하지만 칼은 아빠와 함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쟁기질을 하고 가축을 돌보며 일하느라 글조차 읽을 줄 몰랐습니다. 당장의 먹고 사는 일에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 '책 나부랭이'를 배달하는 아주머니나 그 책에 코를 박고 있는 라크, 둘 모두 칼에게는 눈엣 가시입니다.

눈보라가 몰아쳐 날씨가 몹시도 험하던 어느 날에도 책 아주머니는 밤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칼의 집에 도착해 책을 전합니다. 책 아주머니는 칼의 가족이 감기에라도 걸릴까 염려하며 창문 틈으로만 책을 전해 주고 돌아갑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침내 칼은 책 아주머니에게 마음을 열어 갑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냉소적으로 대했던 책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변화된 칼이 고마운 책 아주머니에게 마음을 담아 책을 읽어주는 모습으로 얘기가 끝이 납니다.

◆ 소통하고 성장하는 방법

헤르만 헤세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표지

칼을 바라보면 함께 떠오르는 책 속 소년이 있습니다. 바로 '데미안'(헤르만 헤세)의 싱클레어입니다. 칼과 싱클레어는 모두 상황에 순응하며 살다 외부와 소통, 자신이 가진 껍질을 깨고 성장해간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둘의 환경은 극명하게 달랐습니다. 칼은 미국 시골 마을에 고립된 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여유가 없었던 데 비해 싱클레어는 독일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많은 이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성장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 칼도 세상과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칼의 성장을 돕는 데는 아주머니의 헌신이 컸습니다. 우리는 책 아주머니가 꼬박꼬박 전했던 책, 그 책 자체가 가졌던 힘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또 소외된 지역에도 책을 통해 꿈꿀 힘을 전하고자 한 정책도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힘을 길러주고, 만나지 않은 이와도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런 점에서 책 아주머니가 전했던 것은 책뿐 아니라 꿈이었을 것입니다. 책이 가진 힘은 냉소적이었던 산간마을 소년 칼에게 세상에 대한 시선을 갖게 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 새로운 만남과 소통을 통해 아이들을 골고루 성장시켜왔던 교육의 길도 자칫 좁아지지 않을까 염려가 큽니다. 이런 만남과 소통의 공백이 길어지는 게 학력 공백만큼이나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칼에게 책 아주머니가 있었다면 다행히도 지금은 대구 중앙로역의 '스마트 도서관', 제주도교육청의 '북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등이 우리의 소통과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에도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 공유, 참여와 소통, 그리고 이를 통한 성장을 위해 여러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도 책 아주머니가 되어 가정에서 다 읽고 잠들어 있는 책을 소독해 이웃에게 기증하는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만 있다면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얼마든지 전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에 책 자체가 가진 힘이 더해져 서로를 함께 성장시켜 줄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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