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가 어리다고 했나요?"…책임감 있고 당당한 '새내기 유권자'

만18세, 고3 유권자 첫 투표 소감 “뿌듯하고 책임감 생겨”
후보들 공약, 실행 가능성 꼼꼼히 따지는 건 기본
부모들 “애들이 더 낫다. 투표 대충했던 지난 모습 반성”

15일 대구시 북구 침산3동 제2투표소에서 생애 첫 투표를 치른 고등학교 3학년생 정미수(18) 양이 엄마와 함께 투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배주현 기자
15일 대구시 북구 침산3동 제2투표소에서 생애 첫 투표를 치른 고등학교 3학년생 정미수(18) 양이 엄마와 함께 투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배주현 기자

15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북구 침산3동 제2투표소. 고교 3년생 정미수(18) 양은 투표를 마친 뒤 투표장을 함께 찾은 엄마 이지연(47) 씨와 사진을 찍었다. 정 양은 "코로나19 위생 대책과 청소년을 위한 공약을 펼친 후보를 신중히 살펴봤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만큼 신중하게 투표했고, 나도 지역 발전과 청소년 삶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첫 투표 소감을 밝혔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이날 대구 각 투표장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하러 나온 '새내기 유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 이 중에는 2002년 4월 15일 이전에 태어난 만 18세 고교생들도 적잖았다. 대부분 첫 투표에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이 직접 후보를 선택했다는 자부심이 넘쳐흘렸다.

침산3동 제2투표소에서 만난 고교생 장다연(18) 양은 "그저 신기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면서도 "예전에 논란이 됐던 사람들은 배제시키려고 주요 후보들을 죄다 검색해봤다"고 했다.

최적의 후보를 찾으려 노력한 건 장 양뿐이 아니었다. 후보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공부했다는 10대들이 적잖았다. 수성구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는 대학생 류혜원(18) 양은 "원래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한 표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 함부로 올 수는 없었다"며 "내가 뽑을 국회의원이 공약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길 원해 실행 가능한 공약을 기준으로 표를 던졌다"고 했다.

역시 생애 첫 투표를 한 김다현(18) 양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니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회의 주요 구성원 중 하나로 인정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기대감만으로 투표소로 향한 건 아니었다.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에 실망감이 들었다는 칠성고 3학년 A(18) 군은 "생애 첫 투표였는데 실행이 어려워 보이는 공약을 내건 후보들이 많아 실망스러웠다"며 "선동이 아니라 신중히 공약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모습이 오히려 어른들에게 반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지연(47) 씨는 "딸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오히려 어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공보물에 적힌 공약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모습에 그동안 선거를 대충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고3 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장성일(49) 씨는 "딸과 같이 투표장에 들어가는데 기분이 묘했다"며 "딸이 선거 전부터 공보물을 꼼꼼하게 살폈는데 애들이 어른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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