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한국 정치의 ‘뉴 노멀’은 무엇인가

노동일 경희대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경제 분야에서 시작된 뉴 노멀 개념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과거와 다른 현상과 표준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다시 한번 새로운 차원의 뉴 노멀을 요구한다. 코로나 이후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가 달라질 것이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이동 제한, 위치 추적 등 임시적, 극단적 조치들이 뉴 노멀이 될 가능성도 크다. 개인의 기본권 보장이 후퇴하고 권위주의 정권이 득세할 수 있다. 소득,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불평등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관건은 이러한 뉴 노멀 현상에 어떻게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있다. 과거 집착은 미래의 추락을 의미하는 반면 뉴 노멀에 적응하고 이를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개인, 집단, 국가 모두 다를 바 없다.

한국 정치도 바야흐로 뉴 노멀이다. 여당 180석, (제1)야당 103석. '여당 압승'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100년에 한 번 있을 선거 결과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에 한마디 더 보태기 위해 설명한 개념이 바로 뉴 노멀이다. 21대 총선은 여야 모두에게 뉴 노멀 시대 한국 정치의 숙제를 안겼다. 이른바 보수의 재편과 진보의 정국 운용 모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하지만 선거를 되짚어 보면 한국 정치의 뉴 노멀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이를 활용한 쪽은 승리한 반면 인식조차 없었던 쪽은 패배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행보는 시사적이다. 여당은 총선 9개월 전부터 이동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거 전략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후보자 전원은 당이 해당 지역구에 제공하는 자료를 통해 시간대별 유동인구, 세대별, 지역별 특성까지 감안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세대별, 성별 취향과 소비 패턴을 파악해 유권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공약을 만들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정권 심판론이 유일한 전략이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의 무조건적 통합의 결과는 감동 없는 공천으로 이어졌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과거 구호는 "의료보험은 박정희가 시작했다"라며 정권 비난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보듯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에 힘이 쏠리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객관적 분석 대신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여론 조작'이라는 주관적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 21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국회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확보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 21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국회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확보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선거 이후에도 야당은 한국 정치의 뉴 노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 대신 비상대책위원장, 전당대회 운운이 화제의 중심이다. 불난 집에서 튀밥 줍기 바쁘다고 할까. 무소속 복당 등을 둘러싼 내부 총질과 드잡이도 다시 도지고 있다. 20대 총선부터 탄핵, 대선, 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야당의 자멸 요인 중 하나인 계파 싸움의 재연이다.

선거 전 미래통합당의 압승을 예상한 전문가가 있었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1천200만 명이 넘는 상황은 보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논거였다. 통합당이 조금만 노력하면 대선에서는 희망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야 의석수와 달리 지지율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논리다.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보듯 공룡 여당은 오만과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인구 고령화와 여당의 실패로 다시 보수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뉴 노멀의 개념조차 없는 생각이다. 선거 결과가 말하듯 현재의 60대는 과거 어르신들과는 전혀 다른 세대임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야당이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새로운 세상에서는 새로운 표준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야당은 재난구호금, 기본소득, 지역화폐 논의가 왜 나오는지를 알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한다.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뉴 노멀에 대한 인식조차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만 한다면 과거 보수의 틀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흔쾌히 동의는 못하더라도 그 배경은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야당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지 추락과 소멸의 길로 갈지는 전적으로 자신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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