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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가 돌아왔다"?…외식 줄고 '집밥족' 늘어

주부들, “쌀 동나는 속도 빨라졌다”…‘돌밥 돌밥’, ‘꼬마 오식이’ 등 신조어 등장
전문가, “손님 접대 가정식 정찬으로 바뀌고 외식 산업에 정리 바람 불 수도”

1일 오후 대구 중구청이 안심음식점으로 지정한 동인동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한방향으로 나란히 앉아 비대면 식사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일 오후 대구 중구청이 안심음식점으로 지정한 동인동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한방향으로 나란히 앉아 비대면 식사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식생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식 빈도가 감소하고 가정 내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집밥족'이 증가한 것이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사는 주부 A(31)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식당으로 가는 발걸음을 끊었다. A씨는 "주말 저녁마다 남편과 함께 외식을 하는 게 일상이었지만 음식점에서 감염될까 걱정돼 최근에는 집에서만 밥을 해먹는다"며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들던 생활비가 지난달에는 60만원까지 줄었을 정도"라고 했다.

집밥을 먹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가정 내 식재료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는 주부들의 아우성도 늘었다. 구미에 사는 주부 B(40)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집밥만 먹다보니 쌀 포대에 쌀이 줄어드는 속도가 예전 같지 않다"며 "네 식구가 한 달에 쌀 20kg을 못 먹었는데 지난달에만 20kg짜리 쌀 두 포대를 샀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맘카페 등에선 돌아서면 밥 차리고 또 돌아서면 밥을 차린다는 뜻의 '돌밥 돌밥', 온라인 수업을 하는 자녀들이 식사 3회, 간식 2회 등 하루 총 다섯 끼를 먹는다는 '꼬마 오식이' 등의 신조어도 등장했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집에서 해결한다는 뜻으로 고전 반열에 오른 '삼식이가 돌아왔다'는 말도 심심찮게 쓰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을 꺼리는 분위기는 농촌진흥청이 2월 8일부터 지난 4일 사이에 두 차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소비자패널 9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확산 초기(2월 8~10일) '외식 횟수를 줄였다'고 답한 소비자가 74.8%였으나,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달 초에는 82.5%로 7.7%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단순 식사 목적의 외식(37.1%)보다 사교 목적의 외식(44.3%)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가정 내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식생활 문화가 외식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모라 경북대 식품외식산업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밥 장사는 안 망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영세한 요식업체를 중심으로 타격이 올 수 있다"며 "집밥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따라 바깥에서 고가의 음식을 대접하는 대신 가정식 정찬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게 예우가 되는 방향으로 접대 문화가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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