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속 '위기의 대구'…부활 해법을 찾는다

'코로나19 이후, 대구 부활 토론회' 취약층 보호체계 점검
"올 가을 2차 유행 우려…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적극 실시 필요"

코로나19 이후 대구의 부활을 모색하는 대토론회가 12일 오후 혁신공간
코로나19 이후 대구의 부활을 모색하는 대토론회가 12일 오후 혁신공간 '바람' 2층 상상홀(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02)에서 열렸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대구의 부활을 위해 지역사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2일 오후 6시 대구청년센터 상상홀에서는 '위기의 대구, 재난에서의 부활을 위한 설계'를 대주제로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의 변화를 전망하다'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와 대구시만단체연대회의, 대구혁신포럼(준), 대구경북연구원, (사)대구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토론회는 이날과 오는 19일, 26일 3차에 걸쳐 진행되며, 1차 토론회는 '지역의 취약계층 보호체계 점검'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는 진행중이지만 중간 점검을 해 보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번 자리를 통해서 보다 큰 그림 아래 사태 극복의 아이디어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노목 대구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준비한 내용이 아직은 설익어 있을지라도 우리가 선도적으로 이뤄야 할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토론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

◆ "코로나19 가을 이후 유행 가능성,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등 대책 필요"

이날 토론회 첫 발제자로 나선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는 '대구의 코로나19 대응 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감 교수는 지금까지 의료방역체계 부분에서의 대응에 대해 "우리나라는 3월 초만 하더라도 기피대상국가였다가 이제는 방역 성공국가로, 대구는 방역 모범도시로 손꼽히고 있다"며 "많은 노력과 의료기술적 측면이 있었지만 공동체 의식을 발휘한 공동체의 성공이었다"고 말했다.

감 교수는 2차유행에 대해 "언제 완전히 종식될지는 바이러스에게 물어보아야 할 정도로 알 수 없다"면서 "가을 이후에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 호흡기 질환 유행 시즌과 맞물려 더 골치아픈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감 교수는 향후 감염병 유행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발생 초기의 '악몽'같았던 현실을 잊지 말고 기억할 것 ▷시민이 주체가 된 실효성 있는 생활 속 사회적 거리두기 실행 ▷가을 이후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실시 및 지원 ▷질병예방 지방청과 같은 정부기구 신설 등 지역 거버넌스 강화 ▷언론과 전문가 단체 등으로 구성된 신뢰받는 공식적 정보유통경로 구축 ▷공공보건의료부문 강화 및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사생활 보호하며 방역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코로나19 관련 논문 등 자료 축적 ▷시민사회와의 연대 등을 들었다.

감 교수는 "시민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며 "예를 들어 일반시민들이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 '아프면 3~4일 쉬기'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상병수당제도 도입 등 가능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구시도 '아프면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 교수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대해 "만약 대구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있었다면 감염 초기에 허둥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염병 전문병원은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돌봄체계 붕괴, 대책 세워야"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위기사회에서의 빈곤층의 배제와 포용'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은 사무처장은 4개의 사례를 통해 코로나19로 드러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 사무처장이 든 첫 번째 사례는 경상북도가 사회복지 생활복지 시설에 대한 코호트 격리였다. 지난 3월 5일 경북도는 사회복지 생활시설 564곳에 대해 9일부터 2주간 강제 코호트 격리를 실시했다. 당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했지만 경북의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염 예방을 포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은 사무처장은 "반박하는 대부분 단체는 장애인운동 단체였고, 노인 관련 단체는 입장 공개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많이 나왔지만, 그 곳은 선제적·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하지 않았다. 이게 과연 올바른 방법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사례로 장애인의 사회적 지원과 돌봄체계 붕괴를 들었다. 돌봄체계의 붕괴로 인해 활동가들이 방호복을 입고 지원해야 했고, 병원이 없다 보니 장애인 관련 조직이 대구시와 중앙정부에 얘기해서 이송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는 것이다. 은 사무처장은 "(장애인의) 확진, 자가격리, 병원이송까지도 민간이 책임지는 이 구조에서 사회적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도대남병원 폐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은 사무처장은 정신장애인들의 폐쇄병동 관리 부실이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은 사무처장은 "폐쇄병동에 대한 관리미흡에 대해 지역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정책적 전환을 위해서는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등에 대한 절처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약자의 배제 사례로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 지급 당시 불거진 여러 문제를 들었다. 처음에는 긴급 여부에 관한 논쟁이었지만 정작 문제는 기준과 대상에 있었다는 것. 은 사무처장은 젊은 층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경우 지원을 못 받는 경우와 건강보험료 최저기준에 발목잡히는 사례를 들며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산망 오류 문제와 등기우편으로 지급하려던 재난지원금을 현장수령으로 바꾸면서 시민의 밀접접촉이 일어난 점 등 긴급생계자금 지원 당시 있었던 행정 난맥상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은 사무처장은 "대구시는 방역관련 사회서비스 지원체계와 돌봄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고, 또 시민사회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도록 행정을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교수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교수

◆ "이제 심리적 방역이 필요한 시기"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사회적 재난에서의 심리적 치유체계의 점검과 과제'라는 주제로 마지막 발표를 했다.

백 교수는 "확진자가 현저히 줄어들었긴 했지만 학계에서는 지금부터는 심리적 방역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본인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나와 가족이 감염병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부터는 심리적인 문제가 상당히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수험생은 놓쳐버린 공부, 자영업자나 사업가들은 불투명한 사업전망, 의료진의 경우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버리는 이른바 '소진' 문제 등이 새로운 심리적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앞으로는 수습과 후유증 극복을 위한 심리적 방역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논의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심리적 치유 대처에 관해 백 교수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각종 심리치료 기관이 생겼고 이번 사태를 통해 체계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또 각 기관마다 역할 분담이 잘 됐고 각 기관들끼리 연계해 작동되도록 노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했다.

백 교수는 "대구지역의 경우 환자 발생 11일만에 2천명이 늘어나는 바람에 기존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광역정신보건센터가 총괄을 하고 시민건강놀이터는 상담과 생활 정보 수칙 등을 담당했으며, 생활치료센터를 가동할 때는 구·군 상담원을 투입해 보완하는 형태로 꾸려갔다. 대구시가 지역의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향후 과제로 ▷사전 교육 등을 통한 재난 상담 전문인력과 체계 확보 ▷재난 유형에 따른 가이드라인과 지침에 대한 평가·보완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대응 방법 준비 ▷지연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생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 등을 들었다.

백 교수는 "앞으로도 사회적 재난은 점점 늘어날 것이기에 우리가 어떤 대응책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난 사건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위험과 자신 및 사회나 국가가 지닌 취약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 방안을 모색한다면 우리 내부에 있는 잠재력과 강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재난이 남긴 피해수습과 함께 '재난 후 성장'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토론]

이날 종합토론에는 박상우 경북대 교수(경영학과)를 좌장으로 안권욱 고신대 교수(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정책부위원장), 채형복 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박중규 대구대 교수(대구대 정신건강상담센터장)가 참여했다. 토론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종합토론 모습
종합토론 모습

안권욱 교수는 "한국이 다른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 점 중 하나는 감염자, 감염경로 등을 공개적으로 알려주고 그에 기반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민 스스로가 조심하며 정책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라며 "감염 경로 공개가 가능했던 이유는 메르스 사태의 힘든 경험이 있었고, 이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관련 제도 개선을 법제화 했으며 이게 적극적으로 잘 활용된 부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하지만 이런 대처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한다. 대상자들이 어떠한 여건과 조건에 놓여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시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행정기관에서 권한과 재원을 갖고 대처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형복 교수는 "국제법, 헌법 관련 규정을 다시 살펴보니 우리의 안전에 대한 권리가 국내법에 있어서는 제대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 교수는 "헌법상 기본권 구조를 살펴보게 되면 '국민'에 한해 보장돼 있다. 국민이 아닌 시민, 그러니까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같은 경우는 보호에 완전히 배제가 된다"며 국민과 비국민을 이원적으로 구분해서 국민을 우선적으로 대우하고 비국민은 배제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채 교수는 '인간안보'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며 "안전에 대한 권리도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에 대한 권리처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가 되어야 한다"며 "방역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면서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지만 물리적 자유뿐만 아니라 정신적 완전성을 염두에 둔 방역체계 구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중규 교수는 "감염병 상황에서는 급작스러운 공포나 스트레스 반응 보다는 인공재해에 대한 원망감이 훨씬 높다. 왜 중국 우한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서 우리를 어렵게 하느냐하는 탓하기 좋은 구조가 형성된다"며 "시민 건강을 위해서는 그러한 점을 촘촘히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정신건강 상담 종사자들이 '소진' 상태를 맞이할 것을 우려하며 제대로 된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리고 시민의식에 대한 언급을 통해 "'시민 덕분에'라는 캠페인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에서 나의 짜증스러움과 화남을 '나를 양보하고 소수자를 더 생각하는 시민행복 캠페인'으로 변화시킬 준비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외부에서 대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한 청중이 "외부에서는 대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한데 대구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객관화시키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은재식 사무처장은 "대구경북 컨트롤 타워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높이 쌓여지는 행정 칸막이, 시장 도지사의 무능력, 일방통행적 정책 강행 등이 대구경북의 근본적인 문제가 코로나19를 통해 다 드러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감신 교수는 "어려울수록 긍정적으로 가야한다는 거지 지금 상황이 긍정적이라는 게 아니다. 가장 큰 위기는 대구에 대한 낙인이 최소 6개월은 갈 것이라는 점이고, 이게 경제에도 똑같을 것"이라면서 "'대구에서 왔다'고 하면 차가운 시선이 6개월 이상은 갈 텐데 이것이 심각한 위기로 갈 수있다"고 우려했다.

영상촬영: 안성완·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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