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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골프 에티켓] <24>오지에서의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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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는 양심박스에 알아서…세상에 이런 골프장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 오세아니아 18개국 오지 탐험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오지탐험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일주일에 비행기가 1편밖에 없는 니우에 아일랜드에서 태풍으로 비행기가 결항되어 어쩔 수 없이 2주를 섬에 갇혀있어야 했다. 태풍이 불면 섬 가운데까지 물이 들이차는 곳이라서 작년 태풍으로 인근 다른 섬나라로 떠난 니우에인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은 불과 약 1천명 정도의 인구밖에 남지 않는 작은 섬나라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도 골프장은 있었다. 다행히도 강풍 외에는 태풍이 피해가서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고 태풍 이후에 골프를 해보았다.

인구가 없는 나라다 보니 지키는 사람도 없는 허허벌판 가운데 작은 클럽하우스가 세워진게 다인 이곳 골프장에 들어가봤다. 어떤 사람이 와서도 마음껏 칠 수 있게, 빌릴 골프채와 가방, 공과 골프채 수레가 준비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꽂혀있는 깃발이 골프장임을 알게 해주었다. 안내해주는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캐디도 없는 이 나라에서 그러면 그린피는 어떻게 지불하는지 궁금했다. 양심 박스라는게 있었고 하루 치는데 20 뉴질랜드 달러 (한화 약 2만원)에 108홀을 쳐도 되는 곳이다. 1년동안 무료로 언제든지 칠 수 있는 회원권은 200 뉴질랜드 달러이다.

인근 마을사람들에게 골프하는지, 누구한테 말하고 하면 되는지 물어봤지만 골프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하고있으면 누구든지 지나가다 보거나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혼자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는 함께하는 스포츠이다 보니, 준비 자세가 오래 걸리는 것은 기다리는 동반자에게 실례가 되는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오늘같이 혼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골프를 할 수 있을 때는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태풍 후에 구름 한 점없는 하늘은 태풍의 비바람을 머금은 잔디를 말리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스윙 한번 한번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생각보다 좋은 성적으로 라운드를 진행할 수 있었다. 18홀의 마지막 퍼팅까지 마치고 무의식중에 턱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는데 한 사람이 골프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장비를 정리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다가가 인사를 하자, 반갑게 마주 인사하는 그는 작년 이 곳의 골프 챔피언이라고 했다. 큰 키에 짙은 갈색 피부, 큰 코를 가진 곱슬머리의 그는 전형적인 폴리네시아인(폴리네시아는 태평양 중동부 섬나라를 뜻하는 국가를 통틀어 칭하는 명칭)이었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혼자 골프를 하고 있었고 양심박스에 그린피를 넣고자 하며 이 신선한 골프장에서의 느낀 점을 한자한자 손짓발짓을 써가며 찬찬히 풀어내자. 도톰한 입술이 도드라지는 큰 입이 벌어지며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잔디의 상태도 좋지 않아, 이런 날은 그린피를 받을 수 없으며, 멀리서 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스윙 한번한번에 혼을 담아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잔디가 정리되고 나면 자신과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세상에 이런 골프장이 있나? 오지에서도 골프를 칠 줄 알았기 때문에 느낀 감동에 골퍼로서의 행복을 만끽하는 여정이 되었다.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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