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기업의 리쇼어링(제조업체의 국내 귀환) 촉진을 위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의 입지 선택에서 수도권 산단이 우선 고려되고, 비수도권 산단은 뒷전으로 밀려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정치권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강력한 수도권 규제인 '공장 총량제'를 비롯한 수도권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해외공장의 국내 이전 비용 일부를 정부가 부담하고, 고용보조금을 늘리는 방안도 리쇼어링 지원 정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유턴 기업 자금지원 대상 지역 요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했을 경우에만 지원하고 있다.
유턴 기업을 위한 자금과 보조금, 세제지원 확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내 복귀기업에 토지·공장 매입비와 설비 투자금액, 고용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수준에서 더 확대해 복귀를 돕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장 이전 비용도 정부가 일부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유턴 기업의 토지 분양가나 임대료의 경우 기업별로 최대 5억원까지 9∼40%를, 설비투자는 투자액의 6∼22%를 보조하고 있는데 추가 지원에 나서는 셈이다.
중소 유턴 기업에 2년간 1인당 월 6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고용보조금도 금액을 확대하거나 지원 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달 초에도 산업단지 입주 업종을 사행사업 빼고 전부 허용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이 또한 수도권 규제 완화의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기업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 입주 시 입지·환경·규모 등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지만, 산단 입주 업종이 대폭 완화될 경우 입지 여건이 좋은 수도권 산단부터 최우선적으로 선택돼 비수도권 산단은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해외공장의 국내 유턴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입지 규제 완화는 검토된 바 없고 이외에 방안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리쇼어링 확대를 위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명분으로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삼성·현대차·LG·SK·롯데 등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1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리쇼어링 확대를 위한 지원을 비롯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규제개혁 등 코로나19로 인한 애로사항을 제기했다.
정부 역시 지속적으로 리쇼어링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13일 "주요국의 봉쇄조치, 이동제한으로 글로벌가치사슬(GVC)이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소위 'K-소부장'은 'K-방역' 못지않은 중요한 당면과제가 됐다"며 "리쇼어링 등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4·15 총선에서 수도권 압승을 거둔 여권 분위기에 힘입어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여야 당선인들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요구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도권 당선인들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 제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다시 강화된다면 수도권의 급격한 팽창은 오히려 서울에서 경기·인천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지난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기 용인 설립 결정도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부와 SK가 용인으로 미리 입지를 정해 놓고 일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왔었다"며 "이를 신호탄으로 결국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 점차 추진되면서 사실상 수도권 규제 정책이 무력화되고 수도권 과밀집중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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