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다. 부동산정책의 목표는 집값을 하락시키는 것인가? 상승시키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목표는 집값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러한가? 사람들은 집값이 하락하는 것을 원하는가? 일부는 원하고 다른 일부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집값이 상승하기를 바란다. 전세나 월세를 사는 사람들은 집값이 하락하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들은 내가 집을 사기 전에는 집값이 싸고, 내가 집을 산 후 집값이 폭등하기를 원한다. 자본소득, 아니 불로소득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이 꿈이 이루어지려면 집값은 영원히 상승해야 한다. 풍선이 터지지 않고 영원히 커져야 한다.
한 나라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집값이 꾸준하게 오른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생산과 고용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생산과 고용이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하므로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소득이 늘면 사람들은 양질의 넓은 집을 원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은 저개발 국가에 비해 소득, 집값, 물가가 모두 높다. 동일한 논리를 한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집값은 경제가 호황일 때 상승하고 불황일 때 하락한다. 경제 상황과 집값은 같이 움직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산과 고용은 하락, 집값은 상승하고 있다. 경제 상황과 집값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투자시장이 아니다. 부동산이라는 실물자본을 매개로 한 투기(投機)시장이다. 투기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내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야 돈을 번다. 이는 폭탄 돌리기이다.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폭탄이 터진다는 것을 안다. 내 손에서 폭탄이 터지지 않으면 된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투기시장이다. 경제는 불황인데 주가가 상당히 높다. 일부 언론은 소액투자자들을 동학개미라고 치켜세운다. 이는 저열한 수사(修辭)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은 없다. 서민들의 쌈짓돈으로 대기업 주가를 떠받치는 것은 애국이 아니다.
인간 세상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노동과 자본이다. 토지는 넓은 의미에서 자본이다. 사람들이 만든 가치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분배된다. 예를 들어, 100원의 생산물이 노동소득 40원과 자본소득 60원으로 분배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40%, 자본소득분배율은 60%가 된다. 경제학자들의 관심사를 두 개의 단어로 요약하면 분배와 성장이다. 분배는 소득을 나누는 것이고 성장은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소득을 어떻게 분배해야 성장하는가?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면 소비가 증가한다. 자본소득분배율을 높이면 투자가 증가한다. 성장의 동력은 소비인가? 투자인가? 소득주도성장론은 성장의 동력을 소비로 본다.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가 분배와 성장에 관한 중요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피케티는 두 개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첫째, 자본수익률은 경제성장률보다 높다. 즉, 경제가 성장할수록 빈부 격차는 커진다. 둘째, 경제가 불황일 때 자본소득분배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의 차이가 커진다. 이 두 개의 법칙은 사람들이 왜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열광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열심히 일만 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 경제가 불황이면 자본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뛰어난 경제학자인 피케티가 발견한 법칙이 우리나라에서는 상식에 불과하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투자에 필요한 돈줄을 죄고 거래를 신고하게 하였다. 주택 공급도 늘린다고 한다. 부동산 보유세도 인상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정책은 효과가 없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법칙, 경제가 불황일 때 자본의 몫이 커진다는 법칙이 작동하는 한 부동산 열풍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부동산정책은 중산층의 투자를 어렵게 만들어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킬 뿐이다. 피케티가 발견한 법칙을 깨트리는 것,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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