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긴 장마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하면서 채소 등 신선식품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특히 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며 농작물 피해 우려는 더욱 커진 상황이라 내달 말로 다가온 추석 상차림을 걱정하는 서민들의 시름이 늘고 있다.
10일 대구 북구 한 중·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A(51) 씨는 채소류 가격을 보고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A씨는 "배추나 상추, 토마토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양배추는 물량이 없는지 올 때마다 허탕이다"며 "장을 안 볼 수도 없는 노릇인데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기만 하니 답답하다. 추석 때까지 물가가 오르면 상차림을 많이 줄이거나 아예 건너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긴 장마로 인해 지지부진한 출하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상당수 농산물 가격이 오름세다. 배추 일부 품종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뛰어 2012년 금(金)배추 파동을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대구시 '8월 첫째주 전통시장&대형마트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3~6일 배추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15.5% 올랐다. 같은 기간 상추, 시금치, 호박, 토마토 가격도 각각 26.3%, 13.5%, 44.6%, 40.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과일 가격도 급격하게 올라 사과와 복숭아 가격이 각각 19.0%, 11.8% 상승했다.
특히 소비자가 주로 찾는 고랭지 배추 가격은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10일 기준)에 따르면 대구에서 판매되는 고랭지 배추 10㎏당 도매가격은 1만5천원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 3일(1만2천800원)보다는 17%, 1년 전(8천250원)보다는 81% 급등했다.
대구 얼갈이 배추 도매가격도 4㎏당 1만5천600원으로 한 달 전(7천300원)보다 113% 올랐고, 무 가격 또한 20㎏당 1만6천원으로 1년 전(8천원) 대비 두 배 상승했다.
배추, 무 등은 장마나 고온에 따라 작황 변동성이 큰 작물이라 추가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역시 추석 전까지 채소류 등 신선식품 물가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다. 업계에서는 초토화된 산지 작황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소매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구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비가 그친다고 해서 농작물 생육이 바로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8월 중순까지 장마가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제대로 된 공급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추석 전까지 채소류 물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석과 김장철을 앞두고 농산물 물가가 널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배추와 무, 상추 등 주요 민생과 밀접한 주요 농산물 중심으로 피해 최소화 및 수급안정 대책을 내놨다.
'농산물 수급 안정 비상 태스크포스(TF)' 단장 권재한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장마 외에도 태풍, 폭염 등 기상 변동요인이 많은 만큼 피해 현황과 수급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2차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과 소비자의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급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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