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대구를 여성과 청년이 꿈꾸는 도시로

김기환 대홍코스텍(주) 대표
김기환 대홍코스텍(주) 대표

얼마 전 대구고용노동청 정경훈 청장과의 간담회에서 대구의 청년 유출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정 청장은 이를 극복하려면 대구를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대구가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대구가 된다면 떠나는 인구수는 감소할 것이고 이것이 더 나아가 다른 도시에서 대구로 이주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봤다.

고용노동청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고용률은 64.2%로 서울의 고용률(66.3%)보다 2.1%포인트(p) 낮으며 특히 여성과 청년의 고용률은 각각 55.6%와 22.8%로 서울보다 약 3%p씩 낮아 전체 고용률보다 여성과 청년의 고용률이 더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구 지역 청년 인구의 외부 유출은 매년 7천~9천 명 정도이며 작년에는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정 청장은 앞으로 절대생산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 활동을 높여야 도시의 경쟁력이 생기며 더 근본적인 문제인 청년들의 일하는 비율이 수도권보다 낮은 것은 대구의 미래 일자리가 어둡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더 예의 주시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들지만 지역의 기존 산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지속적으로 바꿔야 하며 여성의 경제 활동이 출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대구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정 청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거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미국의 산호세 지역은 과거에는 지금처럼 IT 벤처 기업들이 넘쳐나고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지역이 아니었다고 한다. 미국 서부의 산호세 지역은 조용하면서 동부에 비해 대기업이 없는 지방 도시였으나 지역 대학인 스탠퍼드대학이 중심이 돼 지역사회와 대학의 동문들이 함께 이 지역의 창업을 적극 장려했고 우수한 인재들의 유치에 힘썼다. 또한 기존에 산호세가 가지고 있던 좋은 환경과 값싼 주거 비용 등의 장점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많은 젊은 IT 인재들이 모여들어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처럼 대구에 일할 수 있는 여성과 청년들이 많이 몰려든다면 대구의 미래는 분명히 밝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여성과 청년들이 살고 싶은 대구를 만들 수 있을까? 기존의 다른 지방 도시들처럼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이전 또는 대기업 유치라는 외부 요인을 통해 만드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하기에는 경쟁이 너무 심하고 결국 중앙정부의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한계성이 있다. 그렇다면 외부 요인이 아닌 대구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대구를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성과 아이들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보자. 대구는 수도권에 비해 저렴한 주거 비용, 원활한 교통 등의 장점이 있으며 지방 도시 중에서 우수한 교육 및 문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렇듯 대구가 좋은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면 여기에 사회적인 소프트웨어만 잘 추가한다면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과 아이가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으로 일하는 여성이 아이돌봄지원 서비스를 타 도시보다 더 저렴하고 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대구시 차원에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재정적 지원을 해줘 육아를 하는 여성이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기혼 여성을 고용하는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대구 안에 대한민국 최고의 청년 창업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국의 젊은이들이 꿈을 안고 대구로 찾아오게 만들어 보자. 대구시가 대구의 도심 중 개발이 정체돼 저렴한 주택의 오래된 집들을 리모델링해 청년 창업가들에게 매우 싸게 임대해 주고 그 주변에 청년들이 모여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 및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하면 슬럼화돼가는 도심을 청년들이 북적이는 공간으로 만들면서 예스러움이 있는 세련된 공간으로 도심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의 방법들이 구체화되고 실현되려면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방법이 아닌 더 좋은 아이디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른 도시들이 하는 것처럼 해서는 절대 대구가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구 유출을 막으려면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가진 고민 중 대구가 차별화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여성과 청년이 가장 행복한 도시'라는 브랜드를 대구가 만들 수 있다면 분명 수도권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사람이 다시 모이는 활력 있는 대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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