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복절은 몇 주년일까요?"
지난 12일 대구시 시지동의 (사)청소년꿈랩 사무실에서는 남녀 대학생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때아닌 역사 공부가 시작됐다. 이승희 대표의 발언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는 언제부터였으며, 기간은 얼마이고, 누가 독립운동에 나섰으며, 대구에는 어떤 독립운동이 있었는지…. 이야기는 꼬리를 물었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15일 토요일 광복절과 연계해 오는 17일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황금연휴' 삼아 나들이 갈 생각에 바쁠 터인데 이들은 다른 일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말하자면 15일 대구 시민을 위해 '나도 대구의 독립운동가'를 알릴 행사 준비였다. 지금까지 생각 못 한 '낯선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이런 광복절 봉사 행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남다르다. 지난달 2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가칭)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 발기인 대회 자원봉사 참여로 대구 독립운동 역사를 귀동냥으로 듣게 된 일이다. 특히 이날 행사 때 나눠준 책 '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를 읽고 대구에서 순국한 숱한 독립지사를 기리고 그냥 '노는 날'이 아닌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단체 토론을 거치고 14일까지 밤늦도록 머리를 맞대 이들이 마련할 봉사는 도심 중앙파출소 부근에서 손수 만든 대구의 독립운동 관련 전시물을 두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에게 '기억을 담은 에코컵 만들기' 체험장도 열어 컵을 전달하기로 했다. 물론 기념관 건립 필요성을 알릴 준비도 마쳤다.

특히 학생들은 이번 작업을 통해 대구감옥(형무소)에서 순국한 애국지사가 180명이나 되고, 제주도에서부터 전라도와 충청도, 강원도 출신까지 대구에서 목숨을 잃은 사실에 놀랐다. 게다가 순국선열의 평균 나이가 34.7세이고, 10대 학생 1명과 20대 57명, 30대 74명 등 한창 젊은 피의 선조들 순국에 말을 잊었다.
황금연휴 나들이 대신 피 끓는 젊음을 나라에 바친 순국선열의 뜻을 되새기려는 대구의 또래 대학생들이 준비한 '나도 대구의 독립운동가'라는 특별한 올해 75주년 8·15맞이가 가슴에 와 닿는 까닭이다. 그날 34℃ 무더위가 예보된 터이니 시원한 냉수라도 한 잔 권하며 함께하지 못하는 마음을 전하면 덜 미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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