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상례 문화를 수많은 사람에게 전해 이 땅에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4일 경북 경산시 무학산에서 만난 황영례 상엿집 나라얼연구소 소장은 "우리 민족이 장례를 통해 감정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 온 문화를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소장은 2002년부터 조원경 목사와 한국전쟁 빈민 구휼 활동 흔적지 보존 모임과 인문학 연구 모임을 하는 등 인문학 특강을 160회나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황 소장은 영천의 한 마을에서 외면받고 터부시되고 있는 상엿집을 발견하게 됐다. 이 상엿집을 본 순간 보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그는 상엿집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벌이며 그 가치를 세간에 알렸다. 황 소장은 "학계와 언론에서 갑작스러운 관심이 쏠려 국제 학술 세미나를 열 수 있게 됐다"며 "성공적인 1회 이후 더욱더 많은 관심을 받아 오는 10월이면 7회째 국제 학술 세미나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경산 상엿집이 2010년 8월 국가민속문화재 266호로 지정됐지만,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었다. 황 소장은 "영천에서 옮겨올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사실 죽음이라는 문화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는 사회적 특성으로 인해 부정적 시각이 대다수였다"며 "도심 속에 두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산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또 "상여를 보관해두는 기둥부터 처마 등 모든 것이 과학적이고 예술성이 깃들어 있지만,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데다 죽음과 관련된 부분이다 보니 상엿집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는 편이라 안타깝다"며 "지금도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 전통을 지키기 위해선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례'와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도 밝혔다. 황 소장은 "예로부터 상례는 죽음을 의미한다"며 "옛 선인과 현인들은 사람이 죽음으로써 삶을 의미있게 완성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현대사회에서는 죽음의 의미가 상실되어 가고 있다"며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영원한 이별도 우리 삶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생명존중 사상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소장은 "상여 모양은 임금의 꽃 가마를 축소해 놓은 모습과 같다"며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라얼 연구소에는 현재 300년 전통의 경산 상엿집뿐만 아니라 100년 된 상엿집, 혼백을 모시는 재실, 상여 20여 틀, 2천여 점의 상여 장식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황 소장은 이같은 역사적 자료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싶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추진 중인 한국전통민속 테마공원을 조기에 조성하고 싶다"며 "나아가 이 곳을 널리 알려 학생들에게는 역사 공부의 현장, 외국인에는 한국 전통문화를 전하는 경북 대표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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