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교생 정유엽군 사망, 공공의료 확충 소홀 탓"

진상 규명·재발 방지 토론회
코로나 확산때 의료공백 숨져…"선별진료소 24시간 운영해야"

24일 오후 경산농업인회관에서
24일 오후 경산농업인회관에서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 학생 사망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진만 기자

지난 3월 폐렴에 걸리고도 코로나19 감염으로 의심돼 치료 적기를 놓치고 숨진 경북 경산의 고교생 정유엽(17) 군의 사망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24일 오후 3시 경산농업인회관에서 열렸다.

정 군은 당시 고열 증세로 집 근처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입원하지 못하고 귀가했다가 하루 만에 상태가 악화돼 영남대병원에 입원했지만 엿새 만에 목숨을 잃었다.

이 토론회는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부터 진행한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 군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 개선 대책 마련을 위해 마련됐다.

권정훈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선별진료소를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이유, 안심병원 등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만 급급한 채 코로나19가 아닌 환자를 방치하는 이유, 민간의료에 의존한 채 공공의료 확충에 소홀한 이유는 의료를 효율성(돈)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군구별로 최소 1개 이상 선별진료소 24시간 운영,지방정부의 책임성 강화,의료의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창호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생명과 건강할 권리 보장을 위해선 유기적 응급의료체계 확보,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등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대안 마련, 공공병상·공공의료인력·필수 의료장비 확충, 의료비 겸감 및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패널토론에서 "정유엽 학생 사례는 정보제공의 문제에서부터 안심병원 및 선별진료소 운영, 1339 및 보건소의 부실한 지역 의료상황 파악,민간병원의 방어적 행태,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응급환자 이송 및 치료, 의료장비 및 의료진 부족, 환자보호자에게 적절한 정보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등의 각종 문제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이 망라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군 사건처럼 명확하게 드러난 사례를 기점으로 삼아 전국적인 의료공백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것이 코로나19 장기 유행에 대한 가장 빠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유엽 군의 부모는 "막내 아들 유엽이는 정이 많고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순수한 아이였다. 이런 아이가 일주일 만에 영원히 못 올 길을 외로이 쓸쓸히 갔다는 것이 아직도 꾸며낸 이야기처럼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다"면서 "유엽이 같은 사례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진상조사를 통한 적절한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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