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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추미애와 직권남용죄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 형법 제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다. 적용된 사례가 극히 드물어 '사문화'된 조문이었다. 하지만 국정농단·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 '적폐청산' 과정에서 단골로 등장했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직권남용죄를 써먹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직권남용죄로 처벌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47개 혐의 중 41건이 직권남용 혐의일 정도다. 모든 공직자를 잠재적 피의자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이 직권남용죄다. 직권남용죄를 악용해 정치 보복을 하는 일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갑(甲)과 을(乙)은 바뀔 수 있고, 칼날과 칼자루를 바꿔 잡을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문 정권이 앞선 정권 인사들을 단죄하는 데 동원했던 직권남용죄가 부메랑이 돼 정권 인사들에게 날아오고 있다.

직권남용으로 도마에 오르기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연 톱(top)이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한동훈 검사장을 1년에 3차례 인사 조치를 한 것은 보복성 행위라며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또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도 다른 건으로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들의 병가 및 휴가 연장 처리를 보좌관에게 지시한 것은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든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또 추 장관이 검언유착 수사와 관련, 검찰총장 외의 검사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해 검찰청법을 위반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추 장관이 라임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역시 직권남용 논란을 낳고 있다. 검찰총장을 자리에 둔 상태에서 권한을 행사 못 하게 박탈하는 건 수사지휘권 남용이자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자(老子)는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놓치는 법이 없다고 했다. 잘잘못은 반드시 가려진다는 뜻이다. 권력을 가진 지금은 직권남용죄를 우습게 여길지 모르지만 권력을 잃은 뒤엔 단두대에 오르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직권남용죄가 현대판 하늘의 그물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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