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면 교수들이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뽑는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원전(原典)에 없는 신조어인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의미를 지닌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되었다.
'후안무치'(厚顔無恥: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가 2위로, '격화소양'(隔靴搔癢: 신발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 문제의 본질을 없애지 못한다는 뜻.)은 3위에 올랐다.
我是他非(아시타비)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올 한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딱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는 식의 판단과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보편화 되었다. 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진,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 희망적 언행으로 치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옳으신 말씀이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어떤 특정 분위기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그 사회 전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 특정 분위기를 만들고 혼탁하게 하는 장본인들은 주로 '힘' 있고 '권력'을 가진 자(者)들이다. 그들의 잘못을, 어쩌다 사회적 시류와 분위기에 휩쓸린 일반 대중들의 잘못인양 호도하는 듯한 분석 역시 我是他非(아시타비)의 부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 며칠 문재인 정권 주변 핵심인물들이 벌인 일을 보면 교수 사회의 높은 지성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얼굴로 아시타비(我是他非)하며 격화소양'(隔靴搔癢)하는 모양새가 현 문재인 정권의 행태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늘(2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대란' 상황에서 변 후보자의 정책이 과연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정책적 논란도 논란이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변 후보자 인성(人性)의 실체는 뭘까 라는 물음이다.
문재인 정권의 특성과 본질을 '내로남불'이라고 한다면 변 후보자 만큼 장관자리에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문재인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최악의 인성'을 가진 사람임을 알고서야 '설마'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으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공정'을 강조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고 내세우는 문재인 정권이다.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시절 변창흠 장관 후보자는 제2의 세월호로 불리는 '구의역 사고'와 관련, "걔(희생자 김군)가 조금만 신경 썼어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숨진 19살 알바생 김군의 가방에는 미처 먹지도 못한 컵라면이 유품으로 남아, 전 국민을 슬픔 속에 빠트린 그 사건을 두고 변 장관 후보자는 희생자 탓을 하고 있었다.
변 장관 후보자의 '가난한 사람'에 대한 모욕적 경멸적 태도와 행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임대주택의 일환으로 추진된 공유주택과 관련해선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서 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고 했다. 공유주택 식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바라보는 변 장관 후보자의 인식이 '싸가지가 없고' '저급하다'.
이런 변 장관 후보자는 80년대 운동권 출신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의 태양광발전사업 확장을 돕고, SH 고위직에 대학 동문과 지인을 대거 채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이 터진 것도 변 후보자가 SH 사장으로 있던 시절이다. 정말 '너희들은 개천에서 사는 붕어, 가재, 개구리, 미꾸라지(문빠·대깨문)들이고, 우리는 강남 용이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현 서울대 로스쿨 교수)의 철학과 딱 맞아떨어지는 행태이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실세 (자칭) '강남 용' 또 한마리가 국민 속을 뒤집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중징계 결정에 앞장선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다. 이 법무부 차관은 지난달 잠들어 있는 자신을 깨운다고 택시기사를 폭행했다. 대표적 서민으로 볼 수 있는 택시기사, 대리기사 분들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 지를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그리고 서울 서초경찰서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를 적용하지 않고 이런저런 말 안 되는 변명과 핑계를 대며 단순 폭행사건으로 내사종결했다.
이용구는 법무부 법무실장 시절인 2019년 8월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총 4천92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운전자 폭행) 혐의로 적발, 그중 104명을 구속기소 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쯤되면 我是他非(아시타비), 내로남불의 끝판왕으로 등극할 만하다.
이용구 법무차관의 '패거리 특권의식'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드러났다. 이용구 차관이 올해 4월 법무부 법무실장에서 물러나기 직전 술자리에서 만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형(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하려고 국이형(조국 전 장관) 수사한 것 아니냐, 형만 아니었으면 국이형 그렇게 안 됐다.…(조 전 장관 자녀의) 추천서(스펙) 품앗이는 강남에서는 다들 하는 것이고 사모펀드 투자도 원래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폭로되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언급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범죄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 셈이다. 다만, '이 정도의 범죄는 우리끼리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강한 어필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이란 인식을 가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我是他非(아시타비) 정권'의 실세답게, 지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뒤를 이를 가장 유력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는 결이 조금 다른 듯 하지만 '이용구' '변창흠'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문준용 씨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예술인들을 긴급지원하기 위한 사업에 응모해 선정되어 최고액을 지원받았다. 또 민간 문화재단으로부터도 3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준용 씨는 SNS 글을 통해 "착각하는 것 같은데…"로 시작하는 구구절절한 해명을 통해 정당한 심사를 거쳐 선정되었음을 강조했다. 문준용 씨의 해명이 본인의 좁은 시각과 입장에서는 사실 그대로 일 수 있다. 그러나 문준용 씨는 아무리 본인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의 아들'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착각'은 국민이 아니라 문준용 씨 본인이 하고 있다는 걸, 왜 주변에서 이야기 해주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문준용 씨가 서울시에서 지원받은 '시각예술 분야' 지원금 1천400만원은 지원금 중 최고액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는 무려281건이 지원해 235건이 탈락하고, 고작 46건만 최종 선정되었다. 문준용 씨는 서울시 시각예술 분야 지원 46건에 선정되어 그 중에서 최고액인 1천400만원을 받은 것이다. 문준용 씨는 "내가 뛰어나고 유망한 예술가이기 때문에 선정과 최고액 지원은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오만이고 교만이다. 블라인드 심사를 했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했다고 '억지' 부리지 말기를 바란다. 문화예술계에서 일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사업계획서와 아이디어만 봐도 '대충' 다 알 수있다. 문준용 씨 역시 부모님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렵고 힘들게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평범한 청년 예술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세간의 비판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짐'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아버지의 대통령 임기 동안만은 최대한 자제와 절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부분의 가난한 청년 예술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는 헐벗고 굶주릴 수 있지만, 대통령의 아들이 아무리 최악이라 하더라도 길거리로 내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얼굴로 아시타비(我是他非)하며 격화소양'(隔靴搔癢)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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