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효력 중지를 결정하면서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현상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학자들은 코로나19 3차 확산 사태가 숙지지 않고 있고, 백신확보 지연 논란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진 시점에서 국정지지도 반등을 위한 모멘텀을 잡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승근 계명대 교수, "국민인식과 동떨어지는 현상 뚜렷"
지지층 위주로의 정치와 정책, 정도를 벗어나는 이른바 '편 가르기 식' 정치가 그간 국정 오류들을 쌓아온 큰 실책이었다고 본다.
장기간 코로나19 사태로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상당히 많고, 경제 현안이나 부동산 문제 등이 산적해 있는데 정치와 정책의 중심은 '검찰개혁'으로만 계속 나가고 있다 보니 국정 운영의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고 있다. 국민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왜곡된 시각에서 국정을 운영하려는 경향이 점차 커지면서 국민 인식과 갈수록 동떨어져 가고 있는 현상이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가장 큰 문제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으면 우선 지켜봐야 하는데, 아니라고 부인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법적인 문제는 법대로 분명히 가야 하는데 정치적 관점에서 풀다 보면 엉뚱한 무리수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인식과 정치권 행보가 혼돈되면서 전혀 일치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현 위기는 정부가 자초한 경향이 크다. 특히 삼권분립과 헌법정신을 뒤로하고 사법부에 대한 부인 형태로 비치고 있는 점은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여당 내에서도 친문세력에 대한 충성발언을 계속 하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최근 여권 내에서도 뭔가 일치하지 않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데, 내부에서의 혼선이 국민들에 대한 정책 반영에 있어서도 혼선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교수, "전문가·야당과의 소통 부재"
지금 정치나 정책 측면에서 청와대와 대통령의 역할이 선명하지 않다. 검찰개혁, 코로나19 방역, 부동산 등 어떤 영역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 야당과의 소통인데 현 정부는 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정치는 다수결주의가 전부가 아니다. 협상하고 합의하고 통합하는 역할도 중요한데 부재한 측면이 있다. 레임덕 현상을 약화시키기 위해선 통합 역할도 해야 하고 야당과 합의하고 협상하고, 전문가들에게 정책 조언을 구하는 것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정권 임기 말에 레임덕 현상은 당연히 오지만 지금의 위기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전 정권의 탄핵 이후 출범한 정부는 콘크리트 지지기반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쉬운 조건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지지율의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한마디로 실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레임덕 현상은 대체로 차기 대권주자, 대안적 유력 정치인이 등장했을 때 가속화된다. 그러나 지금 그런 유력 인물이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레임덕이 왔다는 것은 자충수를 뒀다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더 빨리 레임덕이 찾아온 것이다.
법치주의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법은 개정하는 것이지만, 현행법과 법원 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사실상 대단한 도전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는 지지층 비난과 반대를 감수하면서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는 등 국익을 위해 선택을 강행한 게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익을 위한 선택이 보이지 않는다.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국익을 위해 선택한 정책이라면 나중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 과실도 큰 것으로 보인다.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대전환 방안으로는 오히려 협상하고 합의하고 통합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국면을 일단락짓고 야당과 함께하는 내각 교체 시나리오를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채장수 경북대 교수, "국민의힘, 지지층 흡수 준비돼 있나?"
최근 국정지지도 등 여러 지표상으로도 현 정부의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갈라졌던 두 세력의 힘 가운데 그동안 친정부 세력들이 조금 더 강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면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역관계 힘의 우위가 반대편으로 쏠리게 되는 현상이 사법개혁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 말기에 레임덕 현상은 당연한 부분이지만 향후 문제는 레임덕이 필요 이상으로 와서 정국에 혼란이 올지, 아니면 일정한 레임덕을 유지하면서 정권 이양으로 가느냐의 문제가 핵심이 될 것 같다.
여기선 국민의힘 영역도 아주 크다.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대표 인물의 여부가 문제다. 레임덕이 온다는 것은 지지층이 빠지고 다른 세력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건데 국민의힘이 그 지지층을 받을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개혁, 코로나19 방역, 부동산 문제에 대해 야당이 어떤 정책과 대안이 있는지 제대로 고민해 내놔야 한다.
반면 여당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빠졌을 때 충분한 국민 설득전에 나설 것인데, 여당과 야당의 이러한 전략 중 어느 것이 더 크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지지율 반등의 가능성도 나뉠 것으로 보인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