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은 지난해(4월) 대구 작가 시리즈 '다티스트'(DArtist)의 중견작가에 선정된 정은주와 차규선 작가의 개인전으로 올해 첫 전시의 포문을 열었다.
'다티스트-대구작가 시리즈'는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작가 중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만 40세 이상 작가를 대상으로 개인전, 학술행사, 아카이브 등을 통해 작가의 역량을 국내외에 알리는 프로젝트다.
이 전시에서 정은주는 '초록 아래서', 차규선은 '풍경에 대하여'를 주제로 대구의 동시대 현대회화의 스펙트럼과 한국 중견작가의 예술성 및 가능성을 보여준다.
3전시실과 선큰가든, 2전시실 1섹션에서 열리는 정은주 '초록 아래서'는 공간 특색을 살린 대형 설치작품과 반입체, 최근 회화 작품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색을 화면 가득 담아낸 정은주는 선과 면을 구성해 서사를 이루고 그 자체로 존재하며 상징의 경계를 넘나든다. 색이 지닌 고유의 상징성, 색채 심리학에 뿌리를 둔 색의 성격, 그것이 개인에게 작용하는 방식 등을 색면 작업으로 보여준다.
독일 유학 후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온 작가의 반입체 작업은 나무와 캔버스에 스프레이 물감을 여러 겹 덮고 사포로 갈아내, 색면에 간결함과 단순함을 부여하고 나아가 비현실적으로 매끈한 표면을 선보임으로써 새로운 공간과 시간성을 작품에 새겼다.
생경함과 영롱함을 동시에 내뿜는 반입체 작품은 고밀도의 반복 노동을 요구하는데, 스프레이를 계속 사용해 매끈한 면을 만드는 작업 과정에서 '숨결'을 느낄 수 없었던 작가는 2017년부터 '회화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붓을 사용해 색을 올리는 작업을 거듭해 색의 근원과 원초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정은주의 색면 회화는 '덮고 갈아낸 표면'에서 '붓질을 담은 화면'으로 변모하면서 여백과 비움마저 담아내고 있게 된 것이다.
2전시실 1~3섹션에 걸쳐 펼쳐진 차규선 '풍경에 대하여'는 대구에서 11년 만에 열리는 작가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차규선의 풍경은 특별하다. 그는 25년 가까이 풍경이라는 주제에 탐닉해 서정적 정취를 표현하면서 몰아일체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정신성'을 화면에 담아낸다. 이른바 '분청회화'로 불리는 기법을 통해 서구적 회화기법에 동양의 정신성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모두 35점의 작품을 초기(1995~2002), 분청회화 시기(2002~2019), 현재작업(2019~2020) 등 연대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차규선의 풍경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초기 작업이 주로 시골 정취와 자연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업과 분청회화를 시작하기 전 작업이었다면 분청회화 시기는 그가 어떤 전시에서 분청사기를 본 뒤 아름다움과 담백함에 반해 그 기법을 화폭에 담아 동양적 정취와 단아한 역동성을 보여준 작품들로 구성됐다.
'분청회화'기법은 회색의 흙과 고착 안료를 섞어 천에 바르고 백색의 아크릴 물감을 도포한 뒤 나뭇가지나 붓 등을 활용해 자유롭게 형상을 그리고 긁어내는 작업이다. 이런 까닭에 흙은 차규선의 풍경에서 중요한 재료이자 상징이다. 자연을 구가하기 위해 선택한 흙은 자연 그대로이자 자연과 교감해 통찰을 얻는 매개체로 1995년부터 현재까지 작가가 변함없이 사용하는 재료다.
2019년 이후 차규선은 흙으로 새로운 실험을 모색하고 있다. 흙을 물에 개어 캔버스에 바르고 그 농담을 활용해 흙과 유사한 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자연스러운 형상을 그려내는데, 분청회화가 느낌에 집중했다면 새로운 작업은 형상을 넘어 작가가 바라보는 동양적 관점에서의 자연 그 자체를 더욱 힘 있게 보여주고 있다.
두 작가의 작업과정을 담은 '작가 인터뷰'는 대구미술관 누리집 내 디지털 미술관과 유튜브 공식 계정에서 볼 수 있다. 관람은 사전 예약제다. 전시는 5월 23일(일)까지. 053)803-7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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