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쥐꼬리 월급, 일할 맛 안 나"…암호화폐 열풍의 그늘

직장인들 의욕 저하·위화감 호소
수십억 고수익 대박 사례 지켜보며 "바보 된 것 같아" 커지는 격차 좌절
24시간 투자 가능 회사일 잊기 일쑤

비트코인. 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 게티이미지뱅크

경북지역의 한 직장인 A(28) 씨는 얼마 전 동료직원이 1억원을 투자해서 약 3년 만에 암호화폐로 수십억원을 번 뒤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지켜봤다. A씨는 "내 또래 직장 동료가 암호화폐 투자로 일확천금을 움켜쥐는 것을 보면서 허탈감도 생기고 평생 월급을 모아도 동료직원처럼 벌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에 좌절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직장인들 사이에 근로의욕 저하나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직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단기간에 쉽게 고수익을 낼 수 있어 많은 20, 30대 직장인들이 도전하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암호화폐 투자 성공사례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노동의 가치에 대한 회의와 일할 사기가 저하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B(28) 씨는 "월급을 더 주는 회사로 이직 준비를 하고 있는 와중에 SNS나 주변에서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는 생각에 모든 의욕이 크게 떨어진다"며 "투자를 하지 않고 일만하는 사람은 바보가 되고 경제적 격차는 더 커지는 걸 체감한다"고 했다.

암호화폐 투자로 수익을 낸 직장인들도 근로의욕을 상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인 C씨는 "한 달 열심히 일해서 받는 월급만큼 수익을 단기간에 내보니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며 "가격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업무 중에도 신경이 암호화폐에 쏠리고 수익률도 회사 시급보다 높을 때가 많아서 일보다 투자에 더 신경이 곤두선다"고 했다. 게다가 투자 손해를 보는 경우에는 임금으로 복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실감이 더 크다고 직장인들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의 암호화폐 투자 열풍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 부작용이 자칫 사회 병리 현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로운 화폐로서의 기대와 돈을 벌 수 있다는 욕망이 합쳐져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분 것"이라며 "일상에 영향을 줄 만큼의 무분별한 암호화폐 투자는 자신의 일상을 내팽겨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종의 도박이므로 스스로 경계하고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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