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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 시설 만 24세까지 거주…현장 실무진 '기대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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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인데 시설 규칙 잘 지킬까…음주·흡연 자유로워질텐데, 통금시간 잘 따를지 미지수
5년간 자립수당 월 30만원 씩 지원 방안에도 우려
"단체 생활로 경제 관념 없어, 月 30만원 한꺼번에 쓸 수도"

대구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대상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립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대상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립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 아동의 보호종료시점이 현행 18세에서 최대 24세까지 연장되는 것과 관련해 현장 실무진 사이에서 반응이 엇갈린다.

아동들은 만 24세까지 시설에 머물며 자립을 준비할 시간이 생겼지만, 성인이 돼 생활이 자유로워지면 시설 규칙을 얼마나 따를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보호대상 아동은 부모의 학대나 이혼, 사망, 질병 등으로 가정에서 분리됐거나 홀로 남겨진 아동으로,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에서 만 18세까지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앞으로 시설 이용 아동 본인이 원하면 만 24세까지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시설 이용 나이 연장과 더불어 보호가 끝나더라도 5년 동안 월 30만원의 자립수당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하면서 내년까지 전담 인력 120명을 배치해 아동 자립을 적극 도울 계획이다.

지원 강화 소식에 대부분 시설 관계자들은 '다행'이라는 반응이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적잖다. 성인이 되면 음주나 흡연 등 생활이 자유로져 시설 규칙을 잘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생활 관리가 잘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한 아동양육시설 관계자는 "시설은 어린 연령대부터 나이가 많은 아동들이 함께 지내는 곳인 만큼 규칙을 따르며 지내야 한다. 하지만 성인이 돼 술을 마시거나 시설 통금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마찰이 생길 수 있어 조금 걱정스럽다"고 했다.

5년 간 월 30만원 자립수당 지원 방안도 우려된다. 시설을 떠난 뒤 집 마련 등 안정적인 자립이 이뤄지려면 지원금을 아껴 쓰는 등 경제관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만 18세 아동들이 시설을 떠날 때 지원되는 자립지원금 500만원 역시 오랜 단체생활로 돈 관리 경험이 적어 쉽게 써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자립전담 인력 120명 확충을 발표했지만 지자체별 인력은 많지 않을 것이어서 대구에서만 연간 90여 명에 이르는 보호종료 아동들의 자립교육이 얼마나 잘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다른 아동양육시설 관계자는 "보호종료 아동들이 지원금을 효율적으로 잘 쓰도록 하는 게 관건인데 현재도 이를 관리하는 인력이 대구 18개 시설에 1명씩 밖에 없다"며 "이미 마음의 상처가 큰 아동들이 탈시설 후 전담요원과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어 보다 꼼꼼한 정서적 지원을 위해선 인력 확충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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