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국민의힘 후보 교체론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지난 연말 수상을 위해 서울에 온 대구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에게서 들은 얘기다. 얼마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지 않았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 받으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다고 했다. 정중하고 간절한 지지 요청을 하더란다.

어제 점심 때 서울에서 만난 한 TK 원로 역시 마찬가지다.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 회장을 지내신 분인데 역시 이재명 후보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이분에게는 민주당 중진이면서 선대본부에서 큰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이 세 번이나 방문해 지지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 두 분에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 물론 윤핵관이나 캠프의 비중 있는 인물로부터의 연락도 마찬가지다.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니 당연히 '우리 표'라고 여겼는지, 아니면 중요 인사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분들 마음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윤석열 캠프'라는 인식은 분명히 각인돼 있었다.

이재명은 진보를 안정시킨 후 보수 공략을 위해 혈안인데 윤석열은 보수조차 제대로 관리를 못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대구경북이든, 서울이든 많은 TK민들에게 윤 후보는 '어쩔 수 없이 지지하지만 정말 불안하다'는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이다. 이는 대안만 있다면 찍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윤석열 선대위에서 TK 의원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는 것은 이미 다 안다. 대구경북과 관련한 행사에 윤 후보를 참석시킬 힘을 갖춘 인물조차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급하면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손을 벌려 성사시키고 있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과연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을 찍어 달라고 가슴에 와닿는 호소를 할까.

당과 선대위의 무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후보가 '선대위 해체 후 쇄신'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이지만 정말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TK를 비롯한 많은 보수 지지자들은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윤석열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중도층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가 50%대 후반인데 윤 후보의 지지율은 30%대 초중반이다. 정권을 심판하고 싶으면서도 윤 후보에게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중도층을 흡수하려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안아야 한다. 최근 조사에서 국힘 지지자들은 '이준석이 잘못했다'는 사람이 '더' 많지만 일반 국민들은 '윤석열이 잘못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이는 중도 표심이 이 싸움에서 이준석 편을 들고 있다는 얘기다. 선거에서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승리가 더 절실한 사람은 이준석이 아니라 윤석열이다. 그러면 결론은 뻔하지 않은가.

윤석열호 침체에 대한 반사이익은 안철수에게로 흐른다. 지지율 10%를 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단일화를 했을 때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그는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이다. 3일 저녁 대구에서 열린 '2022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안철수 후보에 몰려든 취재진 때문에 그는 개회 시각을 넘겨 입장하는 행복감(?)을 맛보기도 했다.

이렇게 흘러가면 민심은 분명 보수 후보 단일화를 요구할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를 상기해 보라. 이번에 획기적인 새 판을 짜지 않으면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다수의 기대는 안철수 쪽으로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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