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4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선거 판세를 가를 핵심 키워드는 '청년'으로 집약되는 모양새다.
극심해진 자산격차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으로 표현되는 취업난은 청년층을 유례없는 '정치 고관여층'으로 만들었다. 진영논리로 엇갈린 윗 세대와 달리 '내 삶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찍을 수 있는 이들의 표심이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격전지가 됐다.
매일신문은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에 몸 담고 있는 대구경북(TK) 출신 청년 정치인 두 명을 초청해 지면 토론을 진행했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전의(戰意)를 불태우면서도, 지역 발전에 관해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토론 참가자들은 누구?
◇서재헌(42)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청년위 상임부위원장
대구 영신고, 계명대·고려대 등을 졸업하고 옛 대우증권에서 일했다. 2018년 지방선거 대구 동구청장에, 2020년 총선 대구 동구갑에 출마해 모두 2위로 낙선했다. 민주당 중앙당 상근부대변인, 경기신용보증재단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쳐 지금은 5살 아들을 키우며 동구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정민(34) 국민의힘 선대본 청년본부 수석부본부장
대구 경북여고, 대구대를 졸업하고 외식업체를 운영하며 청년 사업가로 활동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대구 중구의회 비례대표로 출마, 당선됐다. 구의원 당선 때 출산한 4살 딸을 키우며 도시환경위원장을 맡아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워킹맘이다.
◆ 이번 대선에서 유독 '청년'을 주제로 공방이 오가는 이유가 뭘까
▷서재헌(이하 서):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그동안 정당을 구분하는 기준이 '이념'에 치우쳐있었는데, 이제는 이념이 구분가지 않는다. 2030세대는 절대적으로 이념에서 자유로운 세대다. 정당이 중요한 게 아니고, 정책과 그 정책을 실현해줄 수 있는 곳에 자유롭게 표를 던질 수 있다.
▷이정민(이하 이): 그동안 정치권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거의 '이용당하는' 편에 가까웠다. 근데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그동안 조용히 있던 청년들이 화가 많이 났고, 그러면서 목소리가 힘을 더 많이 얻게 된 것 같다. 특히 이제는 진영 논리를 떠나 산업 변화에 맞춰 정치가 더 빨리 변해야 하는 시기다. 그래서 화두가 된 게 아닐까.

◆ 실제로 각자 지지하는 후보들이 청년을 많이 생각하고 있나?
▷이: 처음 우리가 체계가 복잡한 대형 선대위를 만들어 후보조차 모르는 말들이 돌아다니고, 모르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 가장 컸던 게 신지예 씨 영입 건이었는데, 여기서 2030세대 청년들이 많이 이탈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그 당시에 후보가 청년 목소리를 직접 듣기로 했다. 후보가 청년들의 분노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갈등 봉합을 위해 애를 정말 많이 썼다. 그걸 보고 '아, 이 분은 청년 이야기를 허투루 듣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서: 이재명 후보의 차별성은 이 힘든 상황에서도 제일 우선순위를 청년으로 두고 있다는 점. 공약이라는 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솔루션'이다. 해결해야 한다. 기존 정치인들은 매번 듣기만 하겠다고 하지 해결해주지 않는다. 의지가 없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면접 수당을 지급한 것도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했다. 기본대출도 일부에서 포퓰리즘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런 것들을 경기도지사·성남시장 시절에 실제로 했었다는 점이 기성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점이다.

◆ 반대로 상대 후보의 청년 담론을 비판해본다면?
▷서: 신지예 씨 영입 건, 청년을 티슈처럼 쓰고 버렸다는 비판에 공감이 간다. 신 씨가 물론 부족한 면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도움을 주려고 온 사람 아닌가.
우리 쪽에서도 보수 원로이신 박창달 총괄위원장께서 와주셨다. 당 내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어떤 자리나 목적보다 가치를 생각해서 오신 거다. 그런데 (신 씨에 대해서는) 표에 도움이 안 되고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면서 사과나 재발 방지장치조차 없었다.
(윤석열 후보의) 주 120시간 발언이나, 행사에 자꾸 늦는 것도 그렇다. 청년을 표로 생각하니까, 지금 급하니까 청년을 외치지만 정말로 대통령이 됐을 때 청년을 위해 열심히 해줄 것인가에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이: 후보가 정치 초년생이고, 많이 좋아지고 있어 큰 걱정을 안 한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를 얘기해보면,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려면 연평균 50조에 가까운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이 후보가 탄소세를 받아 재원을 충당한다고 했지만, 기업들이 결국 탄소세를 줄여나갈 것이고 그러면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가야 하는 돈 아닌가.
핀란드는 기본소득을 시행하면서 삶의 질이 약간 개선됐지만 고용 효과는 오히려 더 작아졌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자라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보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 하나하나 따라다니면서 입에 밥숟가락을 넣어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재명 후보 쪽 정책들은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서: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에서 4차 산업이 다가온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기업이 인건비를 계속 줄이기 때문에 취업이 더 어렵다. 앞으로 5년 간은 과도기이고, 기본소득은 그 과도기에 청년이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수단이다.
◆ TK 청년으로서 각자 대선에서 '이거 하나만큼은 이뤄내고 싶다'는 포부?
▷이: '제발 좀 지역을 살려달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대구 경제도 괜찮았다.
근데 지금 일하는 친구들 보면 뭐든지 어렵고,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결국 일자리가 없다는 것 아니겠나. 구미에 있는 공장도 다 수도권으로 갔고, 경제상황이 나빠지니 통폐합되는 것들도 많다.
▷서: 저는 그래서 이 부분은 대구시민이 선택한 국민의힘이 일으킨 문제라고 계속 말씀드린다. 그동안 힘있고 능력있는 사람들 얼마나 많이 왔나. 그런데 경쟁을 시켜주지 않으니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도 대구를 위해, 청년을 위해 10분의 1의 능력도 펼치지 않는다.
서울이나 경기도처럼, 정책으로 표를 얻고자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정치인을 활용해야 한다. 계속 나라 걱정, 대구 걱정을 시민들이 할 게 아니라, 정치인이 하도록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줘야 한다.
▷이: 당 차원에서 접근하게 되면 '누구 잘못이냐'고 싸우게 될 거다. 문재인 정부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시켜서 인건비는 계속 올라가고, 경제는 굳어가는 악순환을 만들지 않았나. 누가 잘못했다고 볼 게 아니라, 새 정부에서는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등 지역 일자리 문제에 방점을 찍어줬으면 한다.
◆청년 세대들이 주로 관심갖는 이슈 가운데 양 후보의 입장이 제일 명확히 부딪치는 게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인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서: 이준석 대표가 청년을 망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제 기능을 못 한다고는 저도 생각한다. 근데 그런 식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국민이 원한다고 해서 폐지를 결정한다는 건, 사실 그 논리대로 간다면 국민이 원하는 건 국회 해산이다.
여성가족부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역할을 못 한다면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건지, 개편해야 하는지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냥 젠더 갈등을 일으킨다고 없애자는 거다. 국회의원들이 일을 못 한다고 국회를 해산하자는 것과 같은 얘기 아닌가.
시대 정신에 맞게 역할을 정비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그 과정이 생략돼버리고 단순히 일곱 글자로 폐지를 이야기한다는 건, 표를 얻기 위한 갈라치기다.
▷이: 저는 여성이지만 여성가족부에서 어떤 혜택을 줬는지 잘 모르겠다. 반대로 폭력 예방교육에서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지 말라거나, 고등학교 성인지 교육 자료에 '남성은 단순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쓰는 등의 사례를 보면 젠더갈등을 앞장서 유발하는 부서라고 밖에 생각이 안 된다.
여성이 힘이 약하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되는 부분은 있지만, 무조건적인 우대를 받을 수는 없다.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외치는 분들을 위주로 여성들이 일반화돼선 안 된다.
여성가족부는 폐지하고, 복지나 약자 보호는 복지부나 교육부로 이관해 더 전문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국민의 반 이상이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존립에 의문이 더할 수밖에 없다.
◆ 이번 대선에서 지역 청년들의 바램을 이뤄내줄 수 있도록 각자의 포부를 말한다면
▷서: TK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동네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후의 세대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 늘 강조해왔던 건데, 지역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 관해서는 여야를 떠나 좀 함께 논의해서 선언문을 만든다든지, 청년 문제는 함께 해가자는 제안을 드리고 싶다.
일단 청년 의원과 청년위원회 사람들, 대학생위원회 같은 식으로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된 협의체라도 대구에서 만들어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이: 너무 감사한 얘기다. 서로 타협 없이 서로 비판만 하다 보면 멀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각자 몸담은 당의 이념이나 정책도 결론적으로 우리가 구해야 할 청년과 미래 세대를 위한 것 아닌가 싶다. 함께 논의할 시간이 마련되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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