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특수관 중심 재개봉

대구는 2020년 유일 아이맥스관 폐점해 아쉬움 있어

영화 '듄'의 한 장면.
영화 '듄'의 한 장면.

1895년 영화가 탄생한 후 가장 큰 위기는 TV의 출현이었다. 1950년 미국 CBS가 세계 최초로 컬러 방송을 시작하자 영화관 관객은 급락했다. 주 평균 9천만 명이던 미국 영화 관객이 1천600만 명으로 줄었고, 4천여 개의 영화관이 폐점했다.

영화산업은 곧 태세를 전환했다. TV가 보여줄 수 없는 대형 스펙터클로 방향을 잡았다. 1956년 '십계'(감독 세실 B. 드밀), 1959년 '벤허'(감독 윌리엄 와일러) 등 대작 영화들이 70㎜ 시네마스코프 영상으로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TV의 출현은 국지전이었다. 각 국마다 사정이 달라 전 세계 공통의 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그것도 참혹하게 겪는 것이어서 영화 위기의 심각성은 더하다. 영화 제작 현장은 셧다운되고 완성된 영화도 개봉을 못하고 허둥댔다. 영화관은 문을 닫았다가 열기를 반복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의 온상으로 지목받았다.

전국 영화관의 스크린 개수는 3천여 개(2019년 기준 3천79개)다. 이미 포화상태로 스크린이 과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도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스크린 축소가 진행되는 과정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향후 영화관 스크린 수가 20% 이상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이 있다.

반면에 스크린X, 4DX, 아이맥스 등 특수관의 경우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AV 시스템이 발달해도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덩케르크'부터 '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다음주 특수관을 중심으로 재개봉된다.

영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한 장면.
영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한 장면.

◆'덩케르크', '해리포터…' 등 기대

'듄'(감독 드니 빌뇌브)은 프랭크 허버트의 SF 서사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지난해 10월 20일 개봉해 국내에서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4억 달러의 수익을 거둬 2편 제작을 확정했다.

'듄'은 매혹적인 서사와 함께 독특한 비주얼로 관객을 사로잡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역작이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사구(모래언덕)를 비롯해 거대한 우주선의 압도적인 위용, 거대한 폭발, 먼지바람 가득한 황색 화면의 미장센, 의상과 소품 등 모든 것이 색다른 느낌과 신선한 맛을 선사한다.

특히 '듄'은 '듄친자'라는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두 번 이상 관람하는 팬들이 많았고, 아이맥스관이 연일 매진됐다.

영화 '듄'의 한 장면.
영화 '듄'의 한 장면.

'듄'은 아이맥스가 인증하는 디지털 특수카메라로 촬영된 최초의 영화다. 1.43대 1의 화면 비율이 한 시간 이상 나온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이 화면비는 70㎜ 아이맥스 필름을 위한 최적의 비율이다. 그러나 이 화면비는 서울 한 곳의 아이맥스관만 구현 가능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1.90대 1의 확장된 화면이다.

대구 유일의 아이맥스관이 2020년 폐점하면서 대구는 아이맥스관이 없는 도시가 됐다. '듄'은 아이맥스를 제외하고 화면이 가장 큰 메가박스 MX관에서 만날 수 있다.

판타지 블록버스터 명작인 영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감독 데이빗 예이츠)은 CGV 4DX와 롯데시네마 2D 버전으로 재개봉한다.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마법사들의 비밀 단체 불사조 기사단과 함께 호그와트로 돌아온 어둠의 제왕 볼드모트(랄프 파인즈)에 대항해 죽음의 격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탄탄한 구성으로 가장 큰 호평을 받았던 시리즈의 5번째 작품. 2007년 국내 개봉 당시 36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가장 사랑받는 판타지 영화이다. 앞선 4편의 시리즈가 특별관에서 재개봉됐는데, 전체 예매율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영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한 장면.
영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한 장면.

◆'덩케르트'…대구는 아이맥스관 없어 제외

아쉬운 것은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이맥스 재개봉이다. '덩케르크'는 1940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35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의 탈출 작전을 그린 영화다. 이 작전이 실패했다면 영국은 더 이상 2차 세계대전을 치를 수 없었고, 유럽은 히틀러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 작전을 치른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고뇌를 그린 '다키스트 아워'(감독 조 라이트)가 2018년 개봉되기도 했다.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최대한 CG를 쓰지 않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답게 1천300명의 배우에, 실제 덩케르크 작전에 참여한 민간 선박과 스핏파이어 전투기를 동원해 영화를 촬영했다. 전체 상영시간 106분 중 79분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돼 지난 2017년 개봉 당시 아이맥스 관람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 17개 아이맥스관에서 재개봉하지만, 아이맥스관이 없는 대구는 제외됐다. 대구의 예술영화 전용관이 지난해 말 문을 닫으면서 이래저래 대구는 영화의 불모지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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