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갖는 무게를 잰다면 1948년 5월 10일 총선이 가장 무겁지 않을까 싶다. 이 선거에서 당선된 200명의 국회의원이 제헌 헌법을 만들었고,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대한민국 건국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5·10선거였다.
그에 못지 않은 무게를 지닌 20대 대통령 선거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구하느냐, 파멸의 길로 가도록 방치하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다.
초유의 비호감 대선 탓에 투표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3·9 대선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결연한 마음을 갖고 투표장으로 가는 게 맞다. 이은상의 시 귀절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수는 없다'가 떠오른다.
역대 대선 중 가장 저질인 이번 대선은 역설적으로 유권자에게 막중한 역할을 '명령'하고 있다. 선거판이 저급하다고 해서 유권자마저 저열해질 수는 없다.
투표장에 가기 전 다음 대통령을 고르는 기준을 갖고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은 국가 안보다. 국가 안보를 맡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를 따져야 한다. 안보 위기 속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할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 자식들에게 불안한 나라를 물려줘서는 안 된다.
시대를 관통하는 어젠다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사탕발림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는 것이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표만 얻으려는 후보들로 인해 국민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포퓰리즘의 노예가 되느냐, 그 준동을 막아 나라를 구하느냐를 가르는 선거라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각성해야 한다. 국격(國格)에 걸맞은 후보가 누구인가도 후보 선택 기준이다.
플라톤은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했다.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그 너머의 세계까지 볼 것을 강조했다. 그 너머의 세계까지 보기는커녕 뻔히 보이는 것조차 보지 못하고, 외면하고, 호도하는 후보들 대신 유권자가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이 이번 대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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