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유족 "HDC현산 용서…현장에 '안전사회 녹지' 지어달라"

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201동, 148가구 분양권자 동의해야 가능
유가족·현대산업개발 보상협의 마무리…장례절차 돌입

16개 층이 한꺼번에 붕괴한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의 다른 아파트 동도 위험한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2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붕괴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최근 붕괴 건물 건너편에 있는 다른 동에서도 붕괴 위험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203동 피트 층 천장 슬래브가 아래로 처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부 보고했다. 사진은 붕괴사고가 발생한 201동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203동의 모습. 연합뉴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진 현장에서 아파트 건물 1동을 철거하는 대신 녹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최근 유가족과 시공사 HDC 현대산업개발 간 피해 보상 협의가 끝난 만큼 희생자 장례 절차도 곧 시작한다.

22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희생자 가족협의회에 따르면 구조물 일부가 무너진 201동 건물을 전면 철거한 뒤 그 자리에 소규모 공원을 꾸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조만간 가족협의회와 현대산업개발, 관계 기관 등이 참여하는 가칭 화정아이파크 상생협의회에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가족협의회는 이번에 제안하는 녹지 공간이 안전한 사회 만들기를 다짐하는 도심 속 쉼터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비석 등 추모 시설 조성은 원하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참배하고 있다.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 측의 사과와 보상 약속을 요구하며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는 유가족 측은 영정사진과 위패 등을 분향소에 안치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다만 이런 방안은 201동 148세대 분양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붕괴사고 현장에 녹지를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모든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인 원론적인 구상"이라며 "재산권 행사 주체인 201동 예비입주자와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자치단체 등 모든 주체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붕괴사고가 난 201동 건물은 23층부터 38층까지 16개 층에 걸쳐 외벽과 내부 구조물 일부가 무너진 만큼 전면 철거와 재시공 등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을 앞뒀다.

상생협의회는 201동뿐만 아니라 화정아이파크 단지 전체 준공까지 모든 재건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 해결과 안전사고 예방을 논의하는 민·관·사 협의체로 운영한다.

영업손실 피해를 본 인근 주상복합상가 입주 상인회,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도 상생협의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유가족과 현대산업개발 간 보상 협의도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이면 그간 장례를 치르지 못한 희생자 5명의 빈소를 마련한다. 이 가운데 광주에 연고를 둔 희생자 4명 빈소는 서구 한 장례식장에서 함께 꾸릴 예정이다.

2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마지막으로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협의회와 화정아이파크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 간 피해보상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합동분향소는 이날 운영을 종료했다.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는 오는 25일 시작된다. 연합뉴스

시민 추모객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이날로 운영을 마쳤다.

실종자 수습이 끝나고 지난 12일 합동분향소를 차린 뒤 이날까지 11일 간 추모객 907명이 희생자의 넋을 달랬다.

안정호 가족협의회 대표는 "저희는 현대산업개발을 용서하기로 했다. 정몽규 전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은 진정성 어린 사과를 했다"며 "이 참혹한 현장에서 꽃이 피고 저희가 나중에 여기를 방문했을 때 행복하게 희생자를 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 201동 건물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최상층인 39층 바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하던 중 상층부 16개 층 내부 구조물과 외벽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사고로 희생된 6명은 28∼31층 내부에서 창호·미장·소방설비 공사를 하던 건설노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