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우동기 균형위원장 "국가 불균형, 차별의 문제 강력한 정책 펼쳐야"

"국가 불균형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
"지방 대학 개편과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제 먼저 다룰 것"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위촉된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5일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위촉된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5일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1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위) 위원장으로 위촉된 우동기(70)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국가 불균형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차별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수도권 일극화(一極化)'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인식 정도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 위원장에게 맡겨진 책무는 이 같은 인식 아래 생존과 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비수도권을 되살릴 정책을 고안하고 대통령의 실행 의지를 북돋는 일이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 국정 과제 이행 점검 평가 등 3가지 기능을 모두 합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우 위원장의 직함도 지방시대위원장으로 바뀐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그는 오는 20일 대구가톨릭대 총장 직을 사임한 뒤 서울로 향할 계획이다. 우 위원장은 "서울에 아내와 살 집을 구하려 했는데 도저히 마땅한 곳을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월세가 엄청나게 비싸니까요. 그래서 결국 오피스텔을 구해 살기로 했어요. 나이가 칠십이 넘었는데 주말 부부를 하게 됐네요. 저도 이 정도인데 등 떠밀리듯 서울로 가는 청년들은 어떨까요."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5일 대구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5일 대구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총장 임기가 2년 넘게 남았는데, 지방시대위원회를 맡기로 결심한 이유는 뭔가?

▶지방시대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지방 대학이다. 국가 균형 발전 중 가장 큰 축인 지방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 대학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대학에서만 혁신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지방 대학이 살아날 길이 없다고 봤다.

대학에서는 지난 1년 8개월 동안 인구 소멸 시대에서도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틀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국가 개혁의 판을 바꿔 밖에서 대학을 도울 시기라고 생각했다.

-대학교수와 대구시교육감, 대학 총장 등 오랫동안 인재 육성과 교육 분야에 몸 담았는데?

▶대학에서 대학 경영을 책임지고 있지만 사실 전공은 교육이 아니라 도시경영, 지역개발, 국토계획 등이다. 1979년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이 국토개발연구원(현 국토연구원)이었다. 그 곳에서 받은 첫 과제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수도권 기능 재배치 연구였다.

이후에 대학에서 지방 자치론 강의를 하고, 지방이양추진위원회와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서도 일을 했다. 낯설지 않은 분야다.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국가 불균형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초기 학계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확대되고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 국토가 균형있게 발전할 것이라고 봤다. 정보통신에는 지역 제한이 없으니까 서울로 모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학계에서도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가 모이면 새로운 정보 가치가 창출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가설이 모두 무너진 것이다. 결국 수도권은 새로 나온 정보들이 집적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오히려 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됐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불균형의 문제를 넘어서 소멸과 생존이라는 문제가 돼버렸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들과 국토 균형 발전 측면에서 갖는 차이는 무엇인가.

▶지난 정부까지 국토 균형 발전은 경제적인 비효율성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수도권에 너무 집중돼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니 그 비효율성을 제거하자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기치는 자유와 공정이다. 자유와 공정에서 가장 금기 시 되는 것이 차별이다.

이는 국토의 불균형 문제를 인간과 지방에 대한 '차별'이라는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차별금지와 공정의 가치는 인간 본연의 가치이다. 따라서 인간 생존과 관련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차별의 문제로 인식한다면 굉장히 강력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첨단산업 수도권 규제 완화, 반도체학과 설치 규제 완화 등 수도권 대학 증원 허용 등 수도권에 유리한 정책이 나왔는데?

▶정부 이양기에 지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본다. 반도체학과 증원 문제도 수도권은 연구 인력 중심, 비수도권은 현장 인력 중심으로 허용하면 문제가 없을텐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다.

균형위가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반도체학과 정원 증원이나 산업체의 수도권 입주 규제 완화 당시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방대학은 청년 유출 방지와 지역 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지방대가 처한 현실은 굉장히 어려운데?

▶청년층의 역외 유출이 심각하다. 경상북도에 제안한 아이디어가 있다. 지역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면 무상 교육을 해주자는 것이었다.

해외 유학생 유치도 도움이 되지만 유학생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려간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학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수도권으로 오는 외국인 유학생의 부모에게는 취업 비자를 내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외국인 학생들은 학업에 전념할 수 있고, 지역에서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지자체에는 비자 발급권을 줘야한다. 인력 수급이 되면 기업이 지역으로 올 수 있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5일 대구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5일 대구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40년 넘게 누적된 국토 불균형 문제가 2~3년 만에 해결될 수 있을까?

▶한번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은 없다. 결국 가장 강력한 수단은 산업 재편이다. 대구경북 산업이 재편되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포항신항만이다. 대구경북이 광역경제권을 형성해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지방대 경쟁력 강화와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1차 이전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면 기존 시가지를 활용해 2차 공공기관을 흡수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도심의 여유부지는 폐교를 활용하면 된다. 다만 사립학교 법인이 폐교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지금 학교 법인이 폐교하고 해산을 하면 모든 재산이 국가로 귀속된다. 그러니 학생 수가 아무리 적어도 재단이 학교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 재산의 30% 가량을 교육 기여 명목으로 설립자에게 돌려주고, 70%를 국가로 귀속하면 공공기관 유치에 유용하고 도시 재생 효과도 있다.

또 하나는 평생 교육이다. 우리 대학 교육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요즘처럼 지식과 정보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1학년 때 배운 지식은 졸업할 때가 되면 모두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대학 재학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온라인 수업을 활용해 1년에 3학기를 운영하면 등록금도 훨씬 줄일 수 있다. 학기를 빠르게 이수하는대신 변화하는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수혈해주는 평생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한다.

-이런 정책적 고민들은 부처 간 협의와 지자체, 중앙부처 간의 협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 법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정책의 힘은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자문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면 대통령이 각 부처를 통해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끌어낼 것인지가 문제이지 위원회가 집행권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대통령의 권력을 지방 시대를 여는 권력으로 전환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지방시대위원회의 기능이 너무 커져도 정부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작동 못하게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너무 약해도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유와 공정이라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갖고 국토 불균형에 접근하는 것이라면 한번 신뢰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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