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학교] 포항 기계초…선배들 2억 모아 체육관 건립

굵직한 인물들 배출한 기계초 '천년의 역사를 준비한다'
졸업생 1만여 명 배출…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손도익 경동 창업주도 기계초 출신

1924년 제1회 포항 기계초등학교(당시 기계공립보통학교) 졸업생 사진. 기계초 제공.
1924년 제1회 포항 기계초등학교(당시 기계공립보통학교) 졸업생 사진. 기계초 제공.

'태백산 정기 받아 비학운주봉 기계천 맑게 흘러 동해물 되어~.'

지난달 2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기계초등학교 운동장에 교가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지역 정재계 등 내로라할 졸업생과 내·외빈 700여 명이 한데 모여 학교 100주년을 기념한 자리였다.

원래 이 학교의 100주년은 지난해 9월 27일이다. 한해 늦게 진행한 것은 2017년 포항지진 탓이 컸다. 지진과 복구로 지역이 여러모로 어수선해지면서 기념행사에 집중하지 못했고, '이왕 늦게 진행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에 1년 뒤 행사가 계획됐다.

이 학교는 1920년 9월 기계공립보통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이듬해 9월 4년제 학교로 문을 열었다. 현재는 전교생이 49명으로 비교적 적은 수지만, 한때는 2천명이 다녔던 학교다.

교가도 '이천학도는 화랑의 옛길을 밟아나가세'라며 찬란했던 학교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포항 기계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정에서 화분에 심은 꽃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기계초 제공.
포항 기계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정에서 화분에 심은 꽃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기계초 제공.

김판귀 교장은 "지난 백 년의 역사를 밑거름으로 새로운 천년의 역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꿈과 희망을 갖고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활동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기계초를 졸업한 학생은 1924년 41명을 시작으로 올해 2월까지 1만746명이나 된다. 졸업생 중에는 한국의 역사에 크게 기록될 걸쭉한 인물들도 많이 있다.

2014년 11월 타계한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도 이 학교 12회 졸업생이다. 국내 섬유업계의 대부로 불린 그는 1981년도에 회고록 자료 수집을 위해 모교에 들렀다가 동창회가 구성돼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동문을 모았고,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헐벗은 국민에게 따뜻한 옷을 입게 해 사회봉사와 애국을 한다는 신념을 갖고 사업에 임했다고 전해지는 등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후대에 기억되고 있다.

고(故) 손도익 경동그룹 창업주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제11회 졸업생인 그는 무연탄공장을 시작으로 보일러 사업에 도전하면서 굴기를 이뤘다.

제18회 졸업생인 최석신(93) 전 육군소장도 학교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1948년 10월 발생한 '여순사건'의 생존 장교이기도 하다. 여순사건은 여수 주둔 14연대에 침투한 남로당이 일으킨 무장반란 사건이다.

그는 합참전략기획국장, 한미제1집단군단 부군단장, 주 이탈리아 공화국 대사관 부 무관, 주 파나마·노르웨이 대사,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초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기계초 100주년을 맞은 후배들에게 "시간은 만인에게 공평하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면서 격언으로 "잃어버린 부는 근면과 가계로 회복할 수 있고, 잃어버린 건강은 절제와 약제로 회복할 수 있고, 잃어버린 지식은 면학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그러나 잃어버린 시간은 영원히 가버린다"는 말을 남겼다.

이밖에도 손봉호 철학박사(서울대 명예교수), 황상옥 일면스님(동국대 이사장), 김상균 대한불교 진각종 총인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물들이 각 졸업기수마다 배출되며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굵직한 인물들이 포진한 동창회는 1986년 학교에 체육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제39회 졸업생인 오순표(74) 기계초 100주년 사업 사업국장은 "당시에 동창회가 2억원이라는 돈을 모아 체육관을 지었다. 이런 사례는 전국 어느 학교 역사를 뒤져봐도 찾기 힘들 것"이라며 "선배들의 모교 사랑이 정말 각별하다"고 했다.

1982년 포항 기계초등학교 정문. 기계초 제공.
1982년 포항 기계초등학교 정문. 기계초 제공.
포항 기계초등학교 전경. 기계초 제공.
포항 기계초등학교 전경. 기계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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