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의 수업 만족도를 조사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의 서술형 문항이 교사에 대한 성희롱·인신공격 수단으로 전락한 사례가 속출하면서 교사들이 교원평가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8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평가 자유서술식 문항 피해사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가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사 6천507명을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8.1%가 '교권 침해를 일으키는 교원평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이들 중 30.8%(1996명)는 "자유서술식 교원평가를 통해 성희롱, 외모비하, 욕설, 인격모독 등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사 96.5%(6255명)는 "교원평가가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94.5%는 "교원평가가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원평가 서술형 문항에 부적절한 글을 적은 사례도 공개했다.
전교조가 공개한 사례에는 '화장이 줄어드니까 급식 맛이 좋아졌네요', '몸매가 지린다' 등 여성 교사의 외모를 언급한 글이 적지 않았고, '난쟁이 새X' 등의 표현도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넌 가 스ㅁ(가슴) 없어서 XX지도 않아'라고 적으면서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을 이어갔다.
다른 학생은 'XX할 때 어떻게 하는지 실제로 실습해 주세요'라며 여러 문장에 걸쳐 노골적인 성희롱을 했다.
'개 같은 XX' 등 원색적인 욕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학생은 '꼴패미 쓰레기 아들 낳아서 장애인 만들꺼가 한눈에 보임 아들 XX XX 불쌍해짐'이라고 쓰는 등 교사의 자녀를 들먹였다.
한 학생은 '지방대 출신이 운 좋게 선생돼서 그런가 진짜 뭐 아는 것도 없고 시키는 것만 잔뜩..'이라며 교사의 학벌을 공격 소재로 삼았고, 다른 학생은 '잘 좀 하자 응? 천한 인격 적당히 드러내고'라고 적었다.
교육부가 부적절한 단어를 걸러내기 위해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들은 글자마다 띄어쓰기를 하거나 단어 중간에 숫자를 끼워 넣는 등의 방식으로 피해갔다.
전교조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사와 응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어떤 메시지로 읽을 것인가"라며 "(교사가) 심각한 성희롱, 인격모독을 당하고도 그저 참고 견디며 알아서 해결하는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교원평가의 애초 취지를 고려해 평가 자체는 유지하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도 교원평가가 학교 교육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의견 제시, 교원의 자기성찰 유도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술형 문항 작성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2021년부터 동료교원평가 제외, 평가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왔다"며 "향후 서술형 문항 필터링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개선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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