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단속입니다. 창문 내려주세요."
13일 오후 1시 30분 훤한 대낮이었지만 대구 북구 달산초등학교 앞 2차선 도로는 교통경찰의 음주단속으로 분주했다. 경찰관 12명이 도로 양쪽과 학교 주변 모퉁이, 골목 등에 서서 경광봉을 흔들자 지나가던 차들이 차례로 멈춰 섰다.
운전자들은 대낮 음주운전 단속에 당황한 듯 어색한 표정으로 창문을 내리고 음주 감지기에 입김을 '후' 불었다. 다행히 이날 2시간가량 진행된 단속 중 달산초 앞에서 적발된 음주 운전자는 없었다.
대전 서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 교통사고로 초등학생 1명이 사망한 가운데, 대낮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경찰청이 도심 전역에 있는 초등학교 9곳을 대상으로 기습 음주단속을 벌이자 2시간 만에 4명이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중구 달성공원에서 적발된 30대 남성 A씨는 오전 10시까지 사무실에서 소주 4병을 마신 후 업무차 5km가량을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43%로 면허 취소 수준이다.
B(43) 씨는 중구에 있는 본인 가게에서 남산동에 있는 초등학교를 지나다 적발됐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5%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B씨는 전날 술을 마셨고, 숙취 해소가 안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1천399건이다. 이 가운데 110건(7.9%)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음주운전 6천621건 중에서도 437건(6.6%)은 낮 시간대에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서구에서 9살 배승아 양을 사망에 이르게 사건 역시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쯤 전 충남도청 공무원 C(66) 씨가 대낮에 만취 상태로 인도를 걷던 초등학생 4명을 들이받아 벌어졌다.
대구에선 지난해 6월 오전 11시 54분쯤 달서구 죽전네거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56%의 음주 운전자가 모는 승합차에 치여 60대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부모들은 단속 나온 경찰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달산초등학교 앞에서 10살 딸을 기다리던 장주성(40) 씨는 "최근 뉴스를 보고 학교 주변에 음주 운전자들이 다닌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는데 경찰이 나와 단속한다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며 "단기간이 아닌 정기적 단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일 두 아이를 데리러 달산초등학교 앞에 온다는 학부모 이모(47) 씨도 "스쿨존에서 사고가 자주 나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운전자들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단속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음주운전은 선량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중대한 범죄"라며 "단발성 단속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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