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현대적 우아함의 미학 ‘지방시’

위베르 드 지방시의 영원한 뮤즈 오드리 헵번
지방시 황금바늘상과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여
남성복 라인, 향수, 코스메틱까지 사업 확장
영국 왕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웨딩드레스 제작

영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햅번이 입은 지방시의 리틀 블랙 드레스

◆ 부유한 귀족 가문의 막내아들 '위베르 드 지방시'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는 1927년 2월 프랑스 우아즈에 위치한 도시, 보베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대대로 후작 직위를 수여받는 귀족이었고, 어머니는 제조 규모 1위의 태피스트리 공장 소유주의 딸로 재력과 권력을 모두 가진 귀족 가문의 막내아들로 부유하게 자랐다.

직물공장을 운영하던 외조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17세 때 프랑스 파리 국립 미술학교(에꼴 데 보자르)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한 뒤 쟈크 파트(Jacques Fath), 엘사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에서 견습생으로 패션 경력을 쌓기 시작하였다.

위베르 드 지방시(왼쪽)와 모델 베티나 지아니
위베르 드 지방시(왼쪽)와 모델 베티나 지아니 '베티나 블라우스'

그 후 본인만의 스타일로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 1952년 파리에 지방시 패션 하우스를 오픈하였고 이듬해 프랑스 최고 모델이었던 베티나 그라지아니를 무대에 세워 '세퍼레이츠(Seperates)' 컨셉의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모던 클래식 스타일의 우아한 블라우스 상의와 스커트가 서로 다른 조합으로 멋스럽게 매치된 세퍼레이츠 룩(Seperates Look)을 선보이면서 당시 패션계에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였고 보그, 뉴욕 타임즈 등 언론의 큰 관심과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 지방시의 영원한 뮤즈 '오드리 헵번'

1953년 지방시는 오드리 햅번과의 만남 이후 자신 인생의 패러다임 전환과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오드리 헵번과의 인연으로 시작한 첫 영화의상은 <사브리나(1953년)>에서 지방시의 벨 라인의 플라워 드레스와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출현하여 특정 브랜드가 의상을 협찬한 최초의 영화이며 지방시가 그녀를 위해 다양한 의상을 제작한 덕분에 1955년 오스카상에서 최고의 드레스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영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햅번이 입은 지방시의 리틀 블랙 드레스

오드리 헵번은 영화 의상과 시상식 드레스, 일상복까지 지방시를 입으며 브랜드의 패션 아이콘이 되었고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년)>에서 또 다시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나와 상업적으로 큰 흥행을 거두며 지방시를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려주었다.

지방시가 그녀만을 위해 제작하여 선물한 '랑떼르디(L'Interdit)' 향수는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보여 1년 뒤 상품으로 출시되었으며 오드리 헵번이 광고모델로 출연하면서 스타가 모델이 되어준 첫 번째 향수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40년을 넘는 긴 시간동안 변치 않고 이어졌으며 모두 8편의 작품을 함께 했었고, 오드리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도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함없이 좋은 친구로 남았다.

지방시 향수 광고 속 오드리 헵번과 2002년 출시된 랑 떼르디 향수
지방시 향수 광고 속 오드리 헵번과 2002년 출시된 랑 떼르디 향수

◆ 지방시 라인의 확장 및 LVMH에 매각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과의 인연을 맺던 그 즈음 또 한명의 스승이자 친구였던 크리스토발 발렌시가(Cristobal Balenciaga)를 만났다. 당시 발렌시아가는 뛰어난 쿠튀르 감성과 색채 감각으로 대중들에게 창의성을 인정받으며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로 평가를 받았고 지방시에게는 우상 같은 존재였다.

발렌시아가의 하우스 건너편으로 지방시 하우스를 옮길 정도로 둘 사이는 각별했으며 패션의 관한 디자인 및 사업에 큰 도움을 받으며 우정을 쌓아갔다. 지방시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1968년에 지방시 고급 기성복 누벨 부티크(Nouvelle Boutique)를 런칭했고, 1970년에는 G 이니셜을 이용한 하우스 로고 개발과 1973년에 남성복 라인 젠틀멘 지방시(Gentlemen Givenchy)와 향수, 코스메틱 라인과 주얼리 등 상품 라인을 확장하였다.

뉴욕에서 개최된
뉴욕에서 개최된 '별들의 밤' 페스티벌에 참석한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 1991년

그 외에도 포드 자동차 디자인과 힐튼 호텔의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인 브랜드로 키워나갔다. 1973년 프랑스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황금바늘상을 수상하였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수여 받으며 그의 명성도 높여갔다.

지방시는 21세기 앞두고 패션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고심하던 중 1988년 루이비통 그룹인 LVMH 그룹에 브랜드를 매각하고 1991년 파리 의상박물관에서 그의 40년 업적을 기념하는 회고전을 열었고 1995년 마지막 컬렉션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였다.

지방시 은퇴 후 존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줄리앙 맥도날드가 하우스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다. 은퇴 후 파리 근교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던 지방시는 2018년 3월 자택에서 향년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리카르도 티시
리카르도 티시

◆ 고스적 관능미를 반영한 리카르도 티시

2005년 지방시 하우스에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리카르도 티시가 영입되었고 2005년 첫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장 콕토의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받은 영감으로 디자인하였고 지방시의 아카이브와 정신을 반영하여 고스적인 미학과 관능미를 더하여 새로움을 재해석하였다.

리카르도 티시의 2011년 F/W 지방시 컬렉션
리카르도 티시의 2011년 F/W 지방시 컬렉션

그 후에도 리카르도 티시는 지방시 오트 쿠튀르와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 뛰어난 재단능력과 장식적인 디테일, 테일러링에 기반을 둔 특유의 디자인 기법과 아이템으로 하우스에 시그니처를 형성하여 지방시 하우스를 재도약 시키는데 큰 활약을 보여주었으며 2017년 새로운 도전을 위해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뒤로하고 지방시와 결별했다.

지방시 최초의 여성 아트 디렉터 클레어 웨이트 켈러
지방시 최초의 여성 아트 디렉터 클레어 웨이트 켈러

◆ 지방시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웨이트 켈러

2017년 리카르도 티시가 떠난 빈자리에 지방시 하우스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클레어 위이트 켈러가 임명되었다. 2018년 그녀의 첫 지방시 하우스에서의 컬렉션에서는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과의 작업으로 위베르 드 지방시가 좋아했던 블랙, 네이비, 화이트 컬러를 사용하여 남성과 여성의 성별을 초월한 매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영국 왕실의 해리왕자와 메건 마클 결혼식의 웨딩드레스를 제작하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부상하였고 수개월 동안 비밀스럽게 제작하여 2018년 5월 결혼식에서 공개된 심플한 실루엣의 드레스와 꽃으로 섬세하게 수놓은 베일은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영국 왕실의 해리왕자와 메건 마클 결혼식
영국 왕실의 해리왕자와 메건 마클 결혼식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개인적으로 메건 마클의 드레스를 콜라보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였고 그 해 영국 패션 어워즈에서 올해를 빛낸 영국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수여했으며 201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면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방시 하우스 여성 아트 디렉터로 3년을 보낸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전설적인 브랜드 '지방시 하우스에서 컬렉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 한다'고 밝히며 지방시를 떠났다.

지방시 아트 디렉터 매튜 윌리엄스
지방시 아트 디렉터 매튜 윌리엄스

◆ 팬데믹 시대에 임명된 크리에티브 디렉터 매튜 윌리엄스

2020년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캘리포니아 출신의 매튜 윌리엄스는 독학으로 패션을 시작하였고 패션 프로덕션에서 경력을 쌓은 후 알렉산더 맥퀸과 레이디 가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1017 Alyx 9SM)의 디자이너이다.

2016년 LVMH Prize 최종 후보자로 선정될 정도로 패션에 뛰어난 감각을 지녔으며 지방시의 CEO 르노 드 리스칸은 "대담한 디자인의 접근 방식으로 그 만의 독창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지방시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시 2023년 F/W 컬렉션
지방시 2023년 F/W 컬렉션

이번 23년 3월에 선보인 F/W 컬렉션에서는 지방시의 고전적인 클래식 요소들을 재구성하여 우아한 여성미와 시크한 블랙 드레스, 트위드 소재의 코트와 재킷 등 새로운 포멀 룩을 현대적으로 선보이며 파리지앵 시크와 아메리칸 무드의 감성으로 컬렉션을 전개하였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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