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누군가가 내 사진을"…SNS 도용으로 음란물 유포

대구 사는 평범한 20대 여성 극심한 트라우마 호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에 사는 평범한 20대 여성이 SNS에 있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당하는 피해를 입고 불법촬영·조건만남 요구, 음란물 유포 등 각종 사이버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던 음란물 범죄가 일반인으로 확산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28일 20대 여성 A씨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트위터에 당신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는데 알고 있느냐'는 내용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받았다.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경험이 없는 A씨는 함께 보낸 트위터 링크와 화면 캡처를 확인해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트위터에 A씨의 개명 전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계정이 만들어져 있었고 A씨가 올 초부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도용당하고 있었다.

지난 24일부터 게시된 글 중간 중간에는 4년 전 삭제해서 지금은 A씨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사진까지 버젓이 게재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팔로우 100명을 넘기면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트위터에선 음란물까지 유포됐다.

A씨는 "게시글에 제가 다니는 헬스장을 안다는 댓글이 달렸고 몇 시간에 얼마를 주겠다는 조건 만남을 요구하는 문자도 받았다"며 "일정 팔로우 수에 도달하면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글까지 있어 공포스럽다"고 호소했다.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사실을 안 A씨는 지난 28일 보호자와 함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휴일이라 피해자를 보호할 여경이 없어 연휴가 끝난 30일에 와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A씨 어머니는 "조사는 연휴가 끝난 후에 받더라도 모니터링 등 보호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사이 A씨는 공포심에 전전긍긍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와 보호자에게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생겼다며 사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일에는 피해자 상담 후 사건 접수를 도왔다"며 "사이버 성폭력 등의 수사는 휴일에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성폭력 상담 지원센터 등을 소개했다"고 해명했다.

장은희 대구여성인권센터 소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를 양산하기 때문에 피해 정도를 가늠하기도, 피해자의 완전한 회복을 장담하기도 어렵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해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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