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염색산단 황산 누출 사고, 미승인 '불량 황산' 사용 탓

납품 업체, 불량 제품 납품하고 전표 서류까지 조작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 반복…염색공단 “사고 방지 대책 마련하겠다”

지난 13일 오전 8시 46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 대구염색산업단지 내 폐수처리장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던 중 황산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 8시 46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 대구염색산업단지 내 폐수처리장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던 중 황산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출근길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황산 누출 사고가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황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대구환경청은 황산 누출 사고 원인에 관해 "염색산단에 승인되지 않은 황산이 납품돼 기존 제품과 섞이면서 이상 반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8시 46분쯤 서구 염색산업단지 내 폐수처리장에서 황산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원 23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염색산단을 운영하는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도 사고 원인으로 '불량 제품 납품'을 꼽았다. 염색공단은 '2023년도 제7차 이사회 개최결과 통보' 문건에서 "납품사 A업체가 지난 12일 발주 요청을 받은 후 공단에서 승인되지 않은 황산을 납품했다"고 사고 원인을 추정했다.

염색공단은 염색 공정 과정에서 원단을 중성화하기 위해 황산을 사용한다. 매년 입찰을 통해 황산 납품사를 지정하고 있고 올해 1월부터 대구 북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화학물질 제조사 A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염색공단에 따르면 A업체는 승인받은 제품이 재고 부족으로 납품이 어려워지자 전표를 조작해 미승인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업체는 사고 당일 오전 7시부터 2만3천140kg의 황산을 입고했다. 이후 약 1시간 만에 공기 중에 갈색 가스와 황산이 누출됐다. 염색공단은 중금속과 불순물 포함 정도를 기준으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 승인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정해진 기한 안에 납품하지 않으면 염색공단이 아예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승인 황산이지만 500ml가량으로 간이 실험했을 때 문제가 없어 납품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많은 양을 투입하다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염색산단에선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반복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염색산단 내 석유화학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톨루엔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드럼통이 연쇄적으로 폭발해 작업자 2명이 전신 화상 등 중상을 입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사고 당시 사고를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라 황산을 전량 폐기했다. 현재로서는 시료가 없어 이상반응이 일어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여부는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염색공단 관계자도 "사고가 왜 났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