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단의 대책 수립해야"…열악한 대형화재 현장에 소방대원들 뿔났다

쉴 공간 부족해 간부 직원 구급차에서 취침
관할 소방서와 본부 통제단 분리 설치로 현장 혼란

15일 오후 5시 24분쯤 대구 서구 중리동의 한 재활용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5일 오후 5시 24분쯤 대구 서구 중리동의 한 재활용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서구 중리동 재활용 공장 화재 당시 소방안전본부의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소방지부는 "서구 중리동 재활용 화재 때 과도한 비상동원, 휴식 공간 부족, 임무 부재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며 "현장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6월 15일 오후 5시 24분쯤 서구 중리동 재활용 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동원령 1호,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공무원노조 대구소방지부는 "현장대원을 포함해 8개서 내근 직원까지 모두 1천205명의 인력이 동원됐는데, 일부 내근 직원들은 공기호흡기 등 개인보호장비도 없었고 임무도 불명확해 현장을 배회했다"며 "쉴 공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간부 직원이 구급차에서 잠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개정된 '소방공무원 당직 및 비상업무규칙' 제15조는 '비상근무 발령권자는 불필요한 인원 동원이 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고, 수행 임무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긴급구조통제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이 꼽혔다. 윤명구 공무원노조 대구소방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서부소방서와 대구소방안전본부 통제단이 남쪽과 동쪽에 분리 설치돼 대응단계에 따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작전 사령부가 두 개로 운영되니 직원들 사이에 혼란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안전본부장이 화재 발생 3시간 46분이 지난 오후 9시 10분이 돼서야 1차 상황판단회의를 열었다"며 "9만㎡에 달하는 넓은 화재현장을 적절한 상황분석과 판단 없이 본부장 홀로 3시간 이상 현장을 지휘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최광수 공무원노조 대구소방지부장은 "대형화재 때마다 소방관들이 비상동원되는데, 매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화재 진압 작전에만 치중해 직원들의 복지나 인권은 도외시 되고 있다.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소방안전본부 측은 최대한 노력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방안을 고민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일 대구소방안전본부 대응총괄팀장은 "워낙 광범위한 화재였고, 최우선 목표가 화재 진압이다보니 모든 부분에서 하나하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소방안전본부장이 소방서장과 함께 상황판단 회의를 지속적으로 했고, 본부 과장들과 소방서장이 구역을 나눠서 현장 지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급차에서 잠든 간부는 인사 조치했고, 지난 6월 21일부터는 화재 예방과 현장 대응 관련 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라며 "대형 화재 발생 시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만큼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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