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대구 수험생, 유독 '이 과목' 선택 비율 높았다… 높은 교육열과 관련?

표준점수 높은 과목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수험생들
서울, 대구, 경기 등은 유독 국어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 높아
대구 수험생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 36.2→41.9% 대폭 상승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치뤄진 지난 9월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치뤄진 지난 9월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원서접수에 대한 통계 자료가 이달 발표됐다. 이를 통해 N수생 증가, 자연계열 희망 수험생 비율 증가 등 올해 수능에서의 지원자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선택 과목 측면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무엇이었을까? 진학사와 함께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통합형 수능을 대하는 수험생들의 수능 과목 선택 전략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봤다.

◆서울, 대구 지역 수험생, 더 전략적으로 과목 선택

2022학년도 수능이 통합형으로 전환되며 수험생들은 수능 국어 영역에서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한 과목, 수학 영역에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해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이때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한다. 수능 점수 산출 방식으로 인해 원점수 기준 100점을 받아도 선택한 과목에 따라서 표준점수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수능 수학 '미적분' 100점의 표준점수는 145점이었지만 '확률과 통계' 100점의 표준점수는 142점이었다.

이런 차이로 인해 학생들의 수능 과목 선택은 더 전략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실제로 수학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비율은 통합수능 1년 차인 2022학년도엔 36.2%로, '확률과 통계'(50.5%)에 비해 낮았고, 이듬해에도 격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미적분'(41.4%)이 '확률과 통계'(47.4%) 보다 선택 받지 못했으나 이번엔 '미적분'(46.6%)이 '확률과 통계'(44.3%)를 역전하기도 했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국어 역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존재하는데, 작년 수능 국어 '언어와 매체' 만점의 표준점수는 134점으로 '화법과 작문' 만점의 표준점수 130점보다 4점 더 높았다. 하지만 국어는 표준점수가 높은 과목의 선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수학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언어와 매체'를 선택했을 때보다 유리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법과 작문'을 선택하는 학생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올해 수능 국어 선택 과목 지원자 현황을 보면 '화법과 작문' 선택자 수는 30만6천418명(60.7%)이고 '언어와 매체' 선택자 수는 19만4천903명(38.6%)으로 과목 간 차이가 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울, 대구 등 일부 지역 수험생의 통계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서울 지역 '화법과 작문' 선택자 수는 5만5천83명(51.3%), '언어와 매체' 선택자 수는 5만1천905명(48.3%)으로 '화법과 작문' 선택이 많기는 하지만 그 격차가 3%포인트(p)로, 전국 격차(22.1p)에 비해 매우 작았다. 또한, 작년 서울 지역 학생들의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42.4%)과 비교했을 때도 올해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서울 다음으로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이 높은 지역은 대구였다. 대구의 '화법과 작문' 선택 비율은 57.8%(1만4천80명),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은 41.9%(1만194명)으로, 전국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38.6%)에 비해 3.3p 높았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대구 역시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이 전년(36.2%) 대비 5.7%p나 올라 상승 폭이 컸다.

서울, 대구, 경기, 부산, 세종 순으로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이 높았는데 해당 지역들은 대체로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는 곳들이다. 이들 지역 수험생이 과목 선택에 따른 수능에서의 유불리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고 해석될 수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제공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제공

◆서울대 정시의 변수, 과학탐구 II 선택

일반적으로 자연계열 학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탐구 과목을 선택할 때 과학탐구 Ⅱ 과목을 선호하지 않는다. 내용이 까다롭다고 여기기도 하고, 서울대 자연계열에 지원하기 위해 과학탐구 Ⅱ 과목을 필수로 시험을 치러야 했었기에 Ⅱ과목은 최상위권 학생들의 전유물처럼 간주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올해 서울대가 Ⅱ 과목 필수라는 제한을 없애면서 학생들의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Ⅱ과목 응시는 총 2만1천453건이 이뤄졌지만 올해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응시 건수는 1만7천286건으로 약 20%가량 감소했다. 서울대가 Ⅱ과목 필수를 폐지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Ⅱ과목 선택 유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능 접수 현황은 그렇지 않았다. 작년 수능에서 과학탐구 Ⅱ과목을 선택한 건수는 총 1만5천989건이었지만 올해 수능에서는 2만889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올해 치러진 모의고사에서 과학탐구Ⅱ 과목을 선택했을 때 만점의 표준점수가 매우 높게 나오고, 영역별 등급 커트라인 점수가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지구과학Ⅱ 만점의 표준점수는 98점이었고, 생명과학Ⅱ 90점, 화학Ⅱ 93점, 물리학Ⅱ 86점으로 과학탐구Ⅰ 만점의 표준점수 평균인 69.25에 비해 20점 이상 높게 나왔다. 이러한 통계를 보고 서울대와 같이 탐구 영역 성적을 표준점수 그대로 활용하는 대학에 지원했을 때 Ⅱ과목이 매우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수험생들이 Ⅱ과목 선택을 많이 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최상위권 학생뿐 아니라 낮은 원점수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진 수험생 역시 증가해 Ⅱ과목 선택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통합형 수능의 취지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것이었지만 학생들은 그보다 무엇이 더 수능에서 유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며 "다만, 서강대나 성균관대처럼 정시에서 더욱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므로 고 1, 2학생들은 어느 걸 선택하는 게 유리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겠지만,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나의 적성에 맞는 과목이 무엇인지 역시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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