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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모호한 연령 기준

박상전 논설위원
박상전 논설위원

최근 경북도의 청년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일부 사업 추진에 혼선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단 경북의 문제만은 아니다. 생애 주기별 연령 기준은 중앙 부처나 정책별로 상이하다.

청소년 연령은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9세에서 24세지만, 청소년보호법은 19세 미만이고, 게임산업진흥법상은 고교 재학생을 포함한 18세 미만이다. 청년층은 기본법엔 19~34세로 명시돼 있으나 청년고용촉진법에는 15~29세다. 노인 연령 기준은 더 복잡하다. 주택연금을 받으려면 55세 이상이면 되지만 농지연금은 5년을 더 기다려야 하고, 국민연금 대상 기준은 65세다. 법제처가 조사한 '노인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70.5세로 주택연금 대상자와 무려 15년 이상 차이 난다.

노인 연령 기준은 1889년 독일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통일을 완성한 비스마르크는 전쟁에서 공을 세운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했다. 이를 위해 노인들을 노동시장에서 퇴출하는 대신 연금이라는 당근책을 제시한 게 시초다. 당시 연금 연령 기준이 65세다. 이후 젊은 생산 인력 투입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세금도 늘어나자, 노인들의 노후를 국가가 보장해 줄 수 있게 됐다.

연령 기준은 정책을 추진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정책이 국회의원이나 정부의 개별 입법으로 시작된 경우가 많아 연령 기준이 제각각이다. 통일시키려 해도 부처 간, 정책 간의 교통정리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어서 개혁 의지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대로라면 국민적 혼란은 뒤로하고라도 정책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인 정책을 펴면서 55세부터 65세까지 기준 연령을 다르게 적용한다면 제각각의 해석과 서로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로선 유리한 연령 기준을 선택해 호평만 쏟아낼 가능성도 높다. 그러는 사이 정작 국민이 느끼는 정책에 대한 체감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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