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군, 지표조사도 없이 도로공사…선사시대 유적 다수 훼손 의혹

죽곡산서 '윷판 암각화' 발견…지표조사 누락, 지난해 착공
환경단체 "부서진 채 방치 돼"…郡 "초기에 멈춰, 문제 없어"

23일 대구 달성군 죽곡산 탐방로 일대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암각화 유적이 도로공사 현장 근처에서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3일 대구 달성군 죽곡산 탐방로 일대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암각화 유적이 도로공사 현장 근처에서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3일 대구 달성군 죽곡산 탐방로 일대에서 발견된 암각화 유적이 다사 죽곡리 강정마을~죽곡2지구 연결도로 개설공사로 인해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바위구멍(성혈)은 청동기~초기 철기시대로 물과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문양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3일 대구 달성군 죽곡산 탐방로 일대에서 발견된 암각화 유적이 다사 죽곡리 강정마을~죽곡2지구 연결도로 개설공사로 인해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바위구멍(성혈)은 청동기~초기 철기시대로 물과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문양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3일 오전 대구 달성군 죽곡산 도로공사 현장. 산 중턱에 오르자 여러 개 홈이 파인 바위가 깨진 채 놓여 있었다. 너비 36㎝의 평평한 바위 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깊이 1㎝ 가량의 홈 수십여개가 일렬로 이어져 있었다.

현장에 동행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이 "홈들을 잇는 선들은 하늘의 북두칠성을 본떠 바위에 새겨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이 파인 바위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별자리와 계절의 변화 등을 땅 위에서 새긴 '윷판 유적'이다. 이 유적은 죽곡산 공사 현장에서 여러개 발견됐다. 일부는 바위 측면에 긁힌 듯한 자국이 남아있었고, 귀퉁이 일부가 깨진 것도 있었다.

황평우 소장은 "별자리를 바위에 그려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하늘에 비는 의식을 한 것"이라며 "사전 지표조사 없이 무분별하게 도로공사가 진행되면서 문화재적 가치가 큰 유적들이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성군이 선사시대 유적이 남아있는 달성군 죽곡산 일대에 지표조사도 없이 도로공사를 강행해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달성군은 지표조사를 누락하고 공사를 시작했다가 민원이 제기되자 뒤늦게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달성군은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30억5천900만원을 투입해 '다사 죽곡강정마을~죽곡2지구 간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를 진행 중이다.

도로 건설 과정에 형질 변경이 이뤄지기 때문에 공사 발주 이전에 지표 조사를 거쳐야 하지만 군은 사전 지표조사 없이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23일 대구 달성군 죽곡산 도로공사 현장 앞에서 열린 '두물머리 죽곡산의 역사적 가치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각 시민단체 회원들이 문화재 지표조사도 없이 도로공사를 강행한 달성군을 규탄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3일 대구 달성군 죽곡산 도로공사 현장 앞에서 열린 '두물머리 죽곡산의 역사적 가치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각 시민단체 회원들이 문화재 지표조사도 없이 도로공사를 강행한 달성군을 규탄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이날 문화재전문가와 환경단체 관계자 등 15명은 공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성군청이 도로공사로 죽곡산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죽곡산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솟아 지리적 가치가 높고, 윷판 암각화와 삼국시대 토기 등 선사시대 흔적이 발견돼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 사람들은 바위에 구멍을 파는 방식으로 소통했다"면서 "구멍 낸 윷판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흔적으로 죽곡산 공사현장에서 여러 개 발견됐다"고 말했다.

황평우 소장은 "강과 강 사이에 있는 이곳은 선사시대 유적과 당시 병영기지로서 핵심적인 위치"라며 "행정기관이 공사 전 당연히 거쳐야 하는 문화재 조사를 안 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달성군청은 사전 지표조사가 누락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훼손된 문화재는 없다는 입장이다.

달성군청 관계자는 "2018년 도시계획시설 결정 과정에서 지표조사 대상지라는 문화재 담당 부서의 의견이 있었지만 담당자가 여러 차례 바뀌며 놓쳤다"면서 "지난달 15일 이 사실을 확인하고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 초기에 멈춘 터라 문화재가 훼손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3일 대구 달성군 죽곡산 도로공사 현장 앞에서 한 주민이 잘린 지 얼마 안 된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달성군은 문화재 지표조사 없이 죽곡산을 깎는 도로공사를 추진하다 주민 민원으로 뒤늦게 공사를 중단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3일 대구 달성군 죽곡산 도로공사 현장 앞에서 한 주민이 잘린 지 얼마 안 된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달성군은 문화재 지표조사 없이 죽곡산을 깎는 도로공사를 추진하다 주민 민원으로 뒤늦게 공사를 중단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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