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산업의 분담(分擔)

박상전 논설위원
박상전 논설위원

우리나라 6대 첨단산업 수출시장의 점유율이 지난 4년 동안 25%나 줄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경총)에 따르면 6대 산업의 수출액은 총 1천860억달러로 2018년 대비 1.2% 감소했다. 우리 전체 산업에서 6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31.1%에서 27.2%로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이 기간에 6대 산업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8.4%에서 6.5%로 뚝 떨어졌다. 경쟁국과의 순위도 역전됐다. 2018년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던 점유율 순위가 2022년 5위로 추락했다. 독일과 대만, 미국이 우리를 추월했다.

첨단산업 위축은 향후 국내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요 징후다. 선진국 대열로 들어선 수출 주도국 입장에서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는 문제다. 경총 조사 기간 동안 세계 6대 산업 수출 전체 규모는 24.2%나 늘어났음에도 우리만 고전했다. 전망은 더욱 어둡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2.7%에 불과해 팬데믹 이전 3.4%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1년 버블 붕괴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가 전망되는 세계 경제 탓에 전체 수출 시장도 크게 위축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발전을 위해 550조원의 투자안을 발표했다. 투자안의 핵심은 반도체다. 550조원 가운데 300조원이 수도권에 위치한 대규모 반도체 메가시티 클러스터 조성에 투입된다. 6대 핵심 산업에는 반도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 차, 바이오, 로봇도 포함된다. 대부분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차세대 동력 산업으로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분야다. 대구의 경우 이차전지와 미래 차, 로봇이 강점이고 경북은 바이오 분야까지 노하우를 축적해 놨다.

교통난과 주거난에 시달리는 수도권은 과밀화에 따른 막대한 기회비용 증가로 미래 핵심 산업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첨단산업도 원전 하나 없는 수도권이 혼자서 감내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수도권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도 지방의 잠재력을 적극 발굴해 분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도권 일극 중심 구조에서 탈피하고 지역이 골고루 첨단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때, 비로소 나라 전체가 세계 일류 첨단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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