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파렴치한 ‘악의 축’

박상전 논설위원
박상전 논설위원

세계 동물보호 제도의 시초는 1933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이다. 법안은 동물을 학대하고 괴롭히는 것을 금했다. 유기하거나 귀·꼬리 등에 고통을 가하는 주술 행위까지 불법으로 간주했다. 이는 나치에 의해 만들어졌다. 아돌프 히틀러와 헤르만 괴링이 주역이다. 히틀러는 2차 대전을 일으켰고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했다. 괴링은 비밀경찰 '게슈타포'를 창설해 암살과 살인을 일삼던 나치의 2인자다. 동물보호에 앞장섰던 두 사람의 이중적 태도를 보면 '사람을 개·돼지 취급도 안 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최근 출산 장려 운동을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에게 '노력 영웅' 칭호를 수여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어머니의 날 행사에선 "자식을 위해 모진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들의 강직한 모습이 항상 나를 다잡아 준다"며 눈물을 흘렸고, 감동한 참석자들은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가족과 생명을 강조한 인간적인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밝혔듯 '보통 국가'임을 강조하면서 '악의 축' 이미지 개선에 노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한껏 띄우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겐 존경한다고도 했다.

북한의 이중성은 나치를 능가한다. 방송·통신 단절로 대중의 의식을 구속한 채, 6개의 정치범 수용소를 가동해 적대 계층 학살을 60년째 진행 중이다. 또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부터 백령도 포격까지, 우리 국민 피해쯤은 우습게 여겼다. 최근엔 인류가 발명한 최악의 살상 무기인 핵폭탄 사용을 공식화하며 5천만 명의 목숨을 위협하고 나섰다.

북한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국가로 우리를 비하하면서도 월등한 한국 기술에 대해선 부러움을 넘어 도적질까지 일삼는다. 김 위원장이 식량난 해결을 지시하면 국내 농수산 기관을 해킹해 공격하고, 해군력 강화를 강조하면 국내 조선업체 도면을, 무인기 생산을 언급하면 국내 무인기 엔진 관련 기관을 해킹해 필요할 때마다 자료를 빼갔다. '불바다'로 만들겠다던 적대 국가를 '무상 마트'쯤으로 여기며 강탈해 가는 수준이다. 살해 위협과 강도질을 자행하면서 부끄러움도 모른 채 당당하다. 북한은 결국 파렴치한 '악의 축'으로 회귀했고, 그게 본래의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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