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지원고의 반란… 대구중앙고서 첫 서울대 의예과 합격자 탄생

상업고→일반고 전환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 교직원들의 헌신
2024학년도 대입 수시서 서울대 의예과 포함 의예과 합격자 4명 탄생
학생 맞춤형 진로·진학 디자인 설계 등 비결로 꼽혀

대구중앙고 전경
대구중앙고 전경

대구 수성구 내 유일한 선지원 일반고인 대구중앙고등학교(이하 중앙고)가 202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의예과 합격자를 처음 배출하는 쾌거를 이뤄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55년 중앙상업고로 문을 연 중앙고는 중앙경영정보고 시절을 거쳐 2010년 3월 1일 '대구중앙고'로 교명을 바꾸고, 이듬해 6월 30일 일반고로 전환됐다.

상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던 만큼, 학교법인인 경북상업교육재단(이하 재단)의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 사회가 급속도로 변하며 사립학교로서 교육철학을 재정립해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었던 재단은 기꺼이 도전을 받아들였다.

대구중앙고 계단에 적힌 벽화. 영화
대구중앙고 계단에 적힌 벽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명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가 적혀 있다. 윤정훈 기자

뒤늦게 일반고로 전환된 점이 감안돼 중앙고는 추첨배정 일반고 지원 전 먼저 지원할 수 있는 '선지원고등학교'가 됐다. 한동안은 상업고 이미지를 벗지 못해 일반고를 목표로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외면받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대학입시에서 점점 두각을 드러내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2024학년도 대입(수시 기준)에서도 서울대 의예과 1명을 비롯한 의예과 4명, 서울대(의예과 제외) 2명, 고려대 2명, 서강대 4명, 성균관대 2명, 한양대 2명, DIGIST·UNIST 각 1명, 경북대 24명 등 국내 우수 대학의 합격자를 여럿 배출했다. 특히 서울대 의예과 합격은 개교 이래 처음 거둔 성과였다.

2023학년도의 경우 의예과 8명, 치의예과 1명, 한의예과 4명, 약학과 2명, 수의학과 3명 등 최상위권 이과계열 학생들이 목표로 하는 높은 소위 '의치한약수' 합격자도 줄줄이 탄생했다. 그런가 하면 그 전인 2022학년도엔 서울교대 1명을 비롯한 교대 11명, 사범대 20명 등 문과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교육계열에 합격 소식이 대거 몰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대구중앙고 가을 올레길 걷기 행사 사진. 중앙고 제공
지난해 10월 진행된 대구중앙고 가을 올레길 걷기 행사 사진. 중앙고 제공

이러한 성과의 배경으로 중앙고의 꼼꼼한 학생 맞춤형 진로·진학 디자인 설계와 세심한 학생 관리가 손꼽힌다.

구체적으론 정규 수업 외에 방과 후나 주말을 활용해 교과별 심층 탐구 활동을 할 수 있는 '교과 프로그램 운영'과 교사가 학생과 친밀감을 유지하고 이를 토대로 심리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사제동행 행사 실시' 등이 있다. 이외에도 중앙고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 기반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프로그램도 비결로 거론된다.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중앙고는 이번 2024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에서 총 216명 모집정원에 412명의 학생이 몰리며 1.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23학년도(2.17대 1, 216명 정원에 469명 지원)에 이어 학령인구 감소 여파에도 중앙고가 많은 학생의 관심을 받고 있는 셈이다.

매일신문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곽광환 대구중앙고 교장. 윤정훈 기자
매일신문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곽광환 대구중앙고 교장. 윤정훈 기자

곽광환 중앙고 교장은 "학생에게서 배움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들이 진로체험, 전공특강, 상담 등을 통해 자기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곁에서 끊임없이 지원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 정말로 학생을 위한 수업이 이뤄지는 학교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중앙고는 지난 2020년~2022년 해마다 차례차례 IB(국제 바칼로레아) 기초학교, 관심학교, 후보학교로 선정돼 생각을 집어넣는 교육에서 생각을 끄집어내는 교육을 실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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