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수의 골프세태]<18>그린피 3만5천~5만원, 스크린골프 가격?

필드 골프 수요 급감, 올 겨울 티 남아 돌아
‘가성비 안 나와’ MZ세대, 골프의 매력 더 이상 못 느껴
동남아, 일본 등 해외 원정 골프파들도 많아져

MZ세대들은 골프산업의 큰 고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더카트골프. 출처=코오롱FnC
MZ세대들은 골프산업의 큰 고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더카트골프. 출처=코오롱FnC

올 겨울 골프 수요가 급감하면서, 필드 그린피가 3만5천~5만원까지 내려가고 있다. 골프장에서는 휴장하느니, 차라리 헐값에라도 내장객을 받자는 할인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5만원 이하의 덤핑가 그린피에도 여전히 풀 부킹을 되지 않을 정도다. 지난 가을에 비하면 극과 극 체험이나 다름없다. 봄이 오면 가격은 조금 오르겠지만, 골프장은 코로나 특수 때처럼 갑 지위를 누리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에는 골프장이 갑이 아니라 병에서 정으로 떨어져, 손님맞이를 위해 출혈 경쟁을 해야 할 판이다.

4만원 그린피
4만원 그린피

◆4만원 그린피에도 대통령 골프(?)

골프 경력 10년차의 아마추어 동호인 정모(53) 씨는 보름 전 대구 인근(고령)의 9홀 퍼블릭 골프장을 찾았다. 그린피는 4만원, 카트비는 2만원으로 1인당 6만원의 비용을 내고, 제법 따뜻한 날씨에 여유있게 라운딩을 즐겼다. 아침 이른 시간도 아니고 오전 11시쯤 티오프를 했는데도, 대통령 골프(앞 뒤로 팀이 없음)를 즐겼다.

정 씨는 "요즘 티스캐너(골프 부킹 앱)에 보면 3만5천원 그린피도 있으며, 4,5만원 짜리도 더러 있다"며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골프 치자고 하는 지인도 별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렇다. 올 겨울에 특히 1월에는 그린피가 평균 5~10만원까지 떨어져, 보고도 믿기지 않는 가격까지 떨어졌다. 일반적인 시설 기준으로 상급 골프장도 10~14만원, 중급 골프장 7~10만원, 하급 골프장 3만5천~7만원 정도의 그린피로 남는 티는 내놓고 있다. 3만5천~4만원 골프장은 거의 스크린골프 가격(1인당 2만원 안팎)과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티스캐너에 나온 3만5천원 그린피.
티스캐너에 나온 3만5천원 그린피.

◆장기 불황에 MZ세대들도 골프 안 쳐

골프장 호황이 불황으로 돌아선데는 시장의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된다. 수요가 넘칠 때는 공급 쪽에서 자연스레 큰 소리를 치지만, 수요 급감에는 공급 쪽이 답답하기 마련. 올 겨울은 밑지는 장사를 해도 손님이 찾지 않을 정도다.

골프 대중화 시대에는 아무래도 줌마 세대들과 MZ 세대들의 골프 유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평일 골프장에는 클럽하우스 식당이나 그늘집은 여성들과 젊은 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고객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얼어 붙으면서, 이들이 아예 골프를 끊어버리거나 필드를 찾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MZ 세대들은 골프에 대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다. 5~6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질 뿐더러 가격 대비 효용이 충분히 만족할 정도가 아니어서 차라리 스크린골프파로 전향한 이들도 많다.

20대 후반의 필드 경력 3년차 이모 씨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시작했지만, 이제 친구들이 하나둘씩 골프채를 내려놓고 있다"며 "15만원 안팎을 써가며, 굳이 골프장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보는데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린피 4만5천원.
그린피 4만5천원.

게다가 올 겨울 들어서는 따뜻한 동남아 또는 일본으로 해외 원정 골프를 나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동남아 또는 일본 남쪽 지역 원정 골프는 실제 가성비가 좋다. 그린피는 5~10만원인데다, 캐디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특히 따뜻한 날씨 속에 남 눈치 보지 않고, 여유있게 골프를 즐기다보니 제주도를 가는 것보다 훨씬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필드 골프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봄 시즌이 시작되어도, 골프장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장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회원권 상급 골프장들은 여전히 부킹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는 반면 대구 인근의 그린피가 저렴한 골프장들이 상대적으로 할인혜택에도 불구하고 내장객 모집에 애로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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