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이 있다

오랜 직장생활로 무너진 '나'를 회복하다…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여행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 시킨다…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인간이 여행을 꿈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것은 독자가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 이유와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들지만, 여행을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다시 어지러운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상의 복잡함과 분주함, 먹고 사는 문제의 절박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 관계에서 오는 여러 마찰이 우리를 일상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게 한다. 책을 통해 잠시나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2권의 책을 소개한다.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의 표지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의 표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로 퇴근하는 삶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김미리 지음)는 평범한 직장인이 일주일에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 사는 '5도 2촌' 생활을 그리고 있다. 누구나 시골살이를 꿈꿔본 적이 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쉽지 않다. 30대의 저자는 돈과 시간이 많거나 집에 대해 잘 알아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왜 시골살이를 생각하게 됐을까?

저자는 10년 차 직장인으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심상치 않은 마음의 신호들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한다. 무기력과 느닷없는 화가 마음속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지하철역 계단에서 마음도 몸도 바쁘게 걷던 와중에 느리게 걷는 사람의 뒤를 따라가게 된다. 앞 사람의 등에 코를 박은 것처럼 바짝 따라 걷고 있다가 여전히 휴대전화만 보며 걷는 앞 사람을 보자 확 밀쳐버리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끼고는 스스로에게 놀란다. 더 이상 자신을 이대로 버려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에 시골 폐가를 계약했다.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월급이 유일한 수입원이어서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었기에 '5도 2촌' 생활을 이어간다.

그렇게 금요일 밤에 서울에서 2시간 반이 걸려 시골집으로 퇴근하면, 주말은 시골에서 소박한 일상을 일구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골살이의 현실적인 모습도 담겨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주말 동안 힐링하는 시골살이겠지만 그곳에서 한평생 살아온 주민들에게는 낯선 이의 등장이다. 대문도 열어 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시골의 분위기 속에서 저자가 느끼는 갈등도 엿보인다. 도어록과 현관 비밀번호가 익숙한 사람에게 예고 없이 마당이나 텃밭으로 찾아오는 이웃이 신경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골 이웃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과 자연이 주는 풍성함 속에서 저자는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듯 보인다.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의 표지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의 표지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 삶

우리는 모두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자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삶이 후회 없는 삶일까?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김옥선 지음)는 여행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저자가 자기 삶과 여행을 돌아보며 쓴 수필집이다. 10대 시절 아버지를 잃은 저자는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기로 결심한다. 나중에 대학에 가고 나서,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나중에 퇴임하고 나서와 같이 나중에 준비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후회 없이 살고자 한다. 이들에게는 여행이 마음이 시키는 일이었다.

자신과 뜻이 맞는 1살 터울의 친구 그래쓰와 함께 지구 한 바퀴를 여행한다. 무작정 오른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시작으로 쿠바, 인도, 프랑스, 스위스, 이집트, 포르투갈, 태국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여행의 일상에는 반복이 없다. 장소도 사람도 문화도 모두 새롭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불편하고 힘들었던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는 오히려 재미있는 포인트가 된다. 방구석 여행자가 되어 이들의 여행에 동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몇 년간의 여행을 통해 변화된 자신을 만난다. 자신이 사는 곳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동네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제각기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게다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집과 일상이 주는 안정감을 만끽하며 다시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힘을 느낀다. 일상이 싫어 떠났지만, 길 위를 떠도는 동안 나 자신이 변화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우리는 일상이 아니라 어쩌면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꼭 이국땅으로 가야 하는 여행만이 여행은 아닐 것이다. 모든 평안과 행복이 시골살이에만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낯섦과 새로움의 경계에서 나를 잊고 맡겨보는 것, 자신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소하고 소소한 행복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떠남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하기에 더욱 갈망하는 것이리라.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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