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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제2의 낙동강 기적, 달성이 중심

정욱진 대구권 본부장.
정욱진 대구권 본부장.

지난 24일 일본 구마모토현 중부에 위치한 인구 4만여 명의 기쿠요마치(菊陽町)에서 역사적인 행사가 열렸다.

대만 반도체 기업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TSMC가 86억달러(약 11조5천억원)를 투자, 일본 기업들과 합작해 만든 JASM 반도체 공장의 개소식이 열린 것이다.

이날 모리스 창(張忠謀) TSMC 창업자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르네상스를 시작하는 지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일본 언론들도 연일 이를 두고 '레이와의 구로후네'라고 보도하고 있다. '레이와'(令和)는 2019년부터 쓰고 있는 일왕(덴노)의 연호로, 현재와 미래를 뜻한다. '구로후네'(黑船·흑선)는 1853년 도쿄만에 출현, 개항을 요구했던 미국 매슈 페리 제독의 함선이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부국강병을 이뤘다.

1980년대 세계 최강의 반도체 국가였다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등에 밀리면서 몰락한 일본이 다시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는 키(key)로 해외 기업인 TSMC 유치한 것이다. '레이와의 구로후네'라는 문구에는 일본이 다시 한번 외국을 받아들여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염원이 담겼다.

이웃 일본에서의 이날 행사가 우리에게는 썩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1990년대 글로벌 1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등극하며 일본 업체들을 차례로 몰락시켰던 삼성전자가 최근 하향세를 타며 선두 자리를 TSMC에 내준 데 이어 그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신문이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보도한 '제2의 낙동강 기적을 일구자' 기획 시리즈가 주목을 받고 있다.

50년 전인 1973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이 구미국가산업단지 완공식에 참석해 "이제 구미산단에서 산업의 쌀(반도체)을 생산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반도체 강국을 이뤄냈듯, 올해 점점 꺼져 가는 '낙동강 기적' 불씨를 다시 지펴 '제2의 낙동강 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건도 좋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기조와 대구, 구미, 포항의 발 빠른 산업 재편 노력 등이 맞물려 대구경북의 성장 군불을 다시 지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는 14년 만에 유치한 330만㎡(100만 평) 규모의 제2국가산단 등 달성군 첨단산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발전 축을 완성했다.

대구시는 제1·2국가산단과 달성지방산단, 테크노폴리스 등 낙동강을 따라 산업 생태계 확장에 나서면서 대구 미래 50년 발전을 견인할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달성군이 있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대구시가 지역의 미래 50년을 먹여 살릴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에서 달성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절대적이 되고 있다. 달성이 대구의 미래를 화려하게 수놓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넘어야 할 산도 첩첩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산단들의 개별 특성을 잘 살려 연계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미래 모빌리티, 로봇 등 신산업 중심의 제2국가산단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분야별 산업을 주도할 앵커 기업 유치가 필수라고 조언하고 있다.

예전 "대구가 초창기 낙동강을 중심으로 도시 형성이 이뤄졌다면 지금 어떤 도시로 성장했을지 궁금하다"고 했던 지인인 한 대학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달성군이 중심이 돼 대구경북이 펼칠 제2의 낙동강 기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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