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한국 5060 임시근로자 OECD 최고 수준…연공형 임금 깨야"

2022년 55~64세 임시고용 근로자 남자 33.2%, 여자 35.9%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중장년층이 해고가 자유롭다고 알려진 미국보다 더 심한 고용 불안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임금을 많이 받아가는 한국사회의 '연공성'이 외려 조기 퇴직 중장년층의 정규직 일자리 재취업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남자 33.2%, 여자 3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2위인 일본과도 10%포인트(p) 이상 차이가 났다. OECD 평균인 남자 8.2%, 여자 9.0%도 훌쩍 웃돈다.

이와 달리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는 매우 부족하다. 2019년 기준 인구 대비 정규고용 비중은 55~64세 남자 32.2%, 25~54세 여자 43.1%에 불과하다. 같은 시기 OECD 평균이 각각 47.2%, 50.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낮다.

이처럼 중장년층의 고용불안이 생기는 원인으로 보고서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꼽았다.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 증가가 매우 가파른데, 높은 임금의 증가는 '이른 정년'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실제로 KDI 분석에 따르면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 한국은 15.1% 임금이 상승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일본(11.1%), 독일(10.3%), 미국(9.6%) 등 주요국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은 생산성이 낮아지는 중장년층부터는 합법적 계약해지 등을 통해 해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한 '몸값'이 높은 중장년층 재취업이나 정규직 채용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높은 임금 연공성과 결합된 강한 고용보호와 이른 정년은 비록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노동시장 차원에서는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규직으로 오래 일하는 일부 중장년층과 그 외 중장년층의 이중구조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은 출산과 맞물리면서 30대 후반부터 조기 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이후부터 고용 불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KDI는 연공성 약화와 동시에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먼저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정 기간 이후로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대신 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상승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시행 중인 공공부문 직무급 확대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연구위원은 "미국이 한국보다 근속연수가 긴 이유는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개별 근로자에게 생산성 평가에 기초한 임금을 지급해 해고의 유인 자체가 작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