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좌절됐던 자원부국의 꿈,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경북 포항 영일만항 석유·가스 소식이 전해졌지만, 정작 포항시민들은 마냥 기뻐하기 힘들다.
이미 수차례나 천연자원 발굴 해프닝이 반복되면서 혹시나 이번에도 또 다시 좌절감으로 돌오지 않을까 기대와 우려가 반반 뒤섞인 모습이다.
포항에서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처음 불거진 것은 1964년이다.
기존부터 삼국유사의 기록이나 지질 분포도에 근거해 매장 가능성은 늘 제기돼 왔으나 당시 모 사기업과 국립지질조사소에서 공동 시추 작업을 벌여 천연가스를 발견한 것이 적잖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당시 발견된 천연가스는 워낙 소량이라 경제성이 아예 없는 것으로 판명돼 더 이상의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천연자원 매장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면서 1975년 드디어 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1974년 1차 석유 파동으로 곤란을 겪었던 박정희 대통령은 작은 희망에 매달려 포항 석유 개발작업에 나섰다.
미국이 지분을 갖고 있던 한국석유공사를 대신해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중앙정보부가 관련 회사를 차렸을 정도로 사활을 걸던 사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로 기름이 나오긴 했다.
1975년 12월 포항시 남구 상도동 지하 1천475m 지점에서 시커먼 액체가 흘러나왔으며, 박 대통령은 해당 액체에 직접 불을 붙여보고 맛까지 보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달 뒤 1976년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오랜 포항 영일만 탐사 끝에 서너개의 공혈을 시추한 결과 그중 한군데에서 가스와 석유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나온 기름은 고작 10ℓ 정도였고, 그마저도 원유와 성분조차 달랐다. 오히려 경유에 가까운 기름이었고 시추공과 가까운 어느 곳에서도 더 이상의 석유나 가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한국의 석유 개발 소식에 자체 조사를 진행했지만,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석유와 가스는 퇴적암에서 발견되는데 당시 개발이 진행됐던 지역은 지하 1천m가 넘도록 화강암만 분포했다.
만약 있더라도 화강암 사이에 고여 있을 정도라면 10배럴(1천500여ℓ)을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제 원유가격(두바이유 기준)을 감안하면 다 합해서 840달러 정도의 값어치이다.
그 때 발견된 기름이 우연히 흘러들어간 경유였는지, 아니면 땅 속에 고여있던 원유였는지 알 수 없으나 그렇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석유 개발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이후에도 포항의 천연자원 소식은 계속 이어졌다.

1988년 북구 흥해읍에서 천연가스가 잠시 나왔고, 2017년 3월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서 지하수 관정 공사 중 갑자기 천연가스로 인해 시추공에 불이 붙는 일이 발생했다.
정밀조사를 통해 메탄 천연가스임이 밝혀졌지만, 그 양은 많아도 3만t을 넘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50만 포항시민이 10일 정도 쓰면 사라질 양이라 경제성이 없는 거의 셈이다. 천연가스가 나온 흔적은 포항 철길숲에서 '불의 정원'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불타오르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꾸준히 석유와 가스가 나오는 것은 포항의 지질환경이 그만큼 천연자원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 아니겠는가"라면서 "매번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포항시민들은 항상 석유·가스 시추에 대한 간절함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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