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 수출로 막힌 엔비디아, 중국 빅테크 전용 칩 따로 만드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 넷째 날인 지난 3월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그래픽 메모리 GDDR7에 친필 사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가 미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해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칩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의 IT산업 전문 매체인 디인포메이션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엔비디아가 일부 중국 주요 고객들에게 자사의 AI 칩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기업에 판매될 수 있도록 칩 설계를 조정하고 있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중국에 공급해왔던 H20 칩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H20 칩은 그간 미국 정부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엔비디아가 중국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최고급 사양의 AI 칩이었다.

회사는 H100 칩을 비롯한 최신 제품에 비해 성능이 낮은 H20 칩을 제작해 중국에 수출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규제를 강화하면서 성능이 낮은 H20 칩까지로 수출 제한 조치가 확장됐다.

엔비디아가 알리바바,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텐센트 홀딩스 등과 대화를 나눴으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객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렸다고 전해졌다.

황 CEO는 지난달 중순 베이징을 방문했으며, 이는 미국 정부가 H20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지 며칠 뒤였다. 당시 엔비디아는 H20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인해 약 5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고객들에게 새 칩의 샘플이 이르면 오는 6월에 제공될 것이라고 알렸다. 또 회사는 최신 AI 칩인 블랙웰의 중국 전용 버전도 여전히 개발 중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첨단 AI 칩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국가 안보와 AI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앞서 중국의 빅테크들은 수출로가 막히기 전 엔비디아 H20칩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알리바바 등이 올 1분기 H20에 구매에 사용한 금액이 최소 160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