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설'에 7광구도 관심…"내년이면 日에 뺏길 가능성 높아"

"내년 6월 이후 한국 배제한 채 일중 간 7광구 경계 획정할수도"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협정의 만료 시한이 5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7광구를 비롯한 서남해 에너지 자원 확보를 두고 한중일 간 자원전쟁이 노골화될 조짐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시추선 두성호.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협정의 만료 시한이 5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7광구를 비롯한 서남해 에너지 자원 확보를 두고 한중일 간 자원전쟁이 노골화될 조짐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시추선 두성호.

경북 포항 영일만에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이란 정부 발표로 대륙붕 7광구(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JDZ)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온국민이 '산유국의 꿈'을 품게 했던 7광구에 정치권 대처는 소극적이다. 이대로면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 2028년 종료 절차를 밟을 것이란 경고는 거듭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월 발간한 '한일대륙붕공동개발체제 종료 대비방안' 보고서에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의 2028년 종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가장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2025년 6월 이후 일본이 7광구 공동개발협정 종료 통지를 한 후 7광구의 경계를 한국을 배제한 채 중국·일본 간 획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7광구는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 해역으로, 면적만 해도 남한 영토의 80%가량인 약 8만2천㎢다. 막대한 양의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전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협정 만료시 日 유리…ICJ '거리 원칙' 한국 불리

지난 1978년 6월 한국과 일본은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을 발효하고 이곳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2025년 6월 22일부터 종료 통고가 가능, 종료 통고를 결정할 경우 그로부터 3년 뒤 종료된다는 조항이 달렸다.

하지만 일본은 1986년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일방적으로 개발을 중단했다. 조약 만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1983년 발효된 UN 국제해양법인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에 따라 육지에서의 거리가 대륙붕 소유권의 기준이 되면 7광구로부터의 거리가 한국보다 가까운 일본이 훨씬 유리해진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대륙붕 경계획정에 대해 '거리 원칙'을 우위에 둔 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를 근거로 들어 한국이 불리할 것이라 분석했다. ICJ는 1985년 리비아-몰타 대륙붕 분쟁에서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판결을 내놨고,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콜롬비아와 니카라과 사이의 해역을 둘러싼 분쟁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5광구 시추 등으로 日 유인…한중일 각축장 막아야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에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 반복해 조언하고 있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한중일 외교 분쟁이 얽혀 있는 만큼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4년 미국 국제 정책연구소 '우드로 윌슨 센터'는 '동중국해 천연가스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한국석유공사는 2022년에 취득한 3D 물리탐사 자료와 지난해 유망성 평가를 바탕으로 2024년~2025년에 5광구 탐사시추를 계획하고 있다. 7광구와 인접한 5광구 탐사 시추가 성공한다면 7광구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민정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은 "일본이 빨대효과 발생을 우려해 공동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인접 수역에서 독자적으로 자원개발을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21대 국회에 이어 일본 정부의 협정 이행 및 우리 정부의 독자적 자원개발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재차 채택하는 것이 22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짚었다.

이대로 협정이 종료된다면 7광구가 에너지자원을 둘러싼 한·중·일 간 각축장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한일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에서 7광구 관련 의제를 우리 정부가 나서서 꺼내지 않은 것도 소극적인 대처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해군발전자문위원)는 "한일 관계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시기에 논의가 돼야 한다. 협정이 종료된 뒤 한중일 3국이 뛰어들게 되면 일본도 불리해질 수 있으니 한일 양국만 협정을 맺는 것이 상호 이익이 될 것이라 설득해야 한다"며 "협정 종료 통고 시일이 1년 남짓 남은 만큼 정부가 최우선 순위로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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