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관계의 인플루언서 여성을 자신의 고문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탈리아 문화부 젠나로 산줄리아노(62)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6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은 "산줄리아노 장관은 이날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끝에 문화부 장관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는 즉각 사표를 수리했고, 로마 현대 국립 미술관인 막시(MAXXI)의 알레산드로 줄리 관장을 후임 장관으로 임명했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오는 19일부터 사흘 동안 폼페이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문화장관 회의를 2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불륜 관계인 21세 연하 여성 인플루언서이자 패션 사업가인 마리아 로사리아 보차(41)를 자신의 고문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는 전날 저녁 공영 방송 라이(Rai) TG1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보차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특별한 사람인 내 아내다"며 "나를 믿어준 멜로니 총리에게 그와 정부를 당혹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나폴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보차를 만나 친분을 쌓았고, 지난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불륜 관계로 발전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불륜 이외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보차를 내 고문으로 임명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이해 상충이 될 수 있어 임명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차의 행사 참석에 들어간 여행·숙박 등 모든 비용은 개인적으로 지불했다며 은행 명세서를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또한 보차가 G7 문화장관 회의와 관련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었고, 관련 기밀문서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스캔들은 보차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서 시작됐다.
보차는 산줄리아노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면서 "주요 행사 고문으로 임명해준 산줄리아노 장관에게 감사하다"고 작성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가 보차의 고문 임명 사실을 부인하자, 그는 각종 정부 행사에 참석해 산줄리아노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잇따라 올렸다.
보차는 산줄리아노 장관과 함께 비행기에 탄 사진을 비롯해 기밀문서로 보이는 서류도 업로드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그는 마이크와 카메라가 내장된 선글라스를 착용한 뒤 촬영이 금지된 장소에서 사진을 찍거나 대화를 녹음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이탈리아 감사원은 산줄리아노 장관의 공금 유용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다음 대통령?…이재명 41.2%로 한동훈 두 배 넘었다
국군의날 시가행진한 사관생도들, 수업일수 못채워 내년 개강 늦춘다
트렁크 사용 시 택시요금 1천원 더?…대구시, 업계 요금 인상안 검증 중
[사설] ‘서울의소리 녹취 파동’, 한 대표 대응 방식이 당정 관계 갈림길
22대 국회 임기 4개월…TK의원, 법안 성적 부진에도 국회·당 요직 차지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