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현진 "더하기 대신에 '덜하기'…애쓰지 않는 연기 배웠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트렁크' 주연…"불편할 수 있는 감정,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공유가 서현진의 볼에 하트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에서 상처투성이 내면을 건조한 표정 뒤에 감춘 인물인 노인지 역을 맡은 배우 서현진. 연합뉴스

"'트렁크'를 찍으면서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연기를 잘한다는 이야기가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고 튀어 보인다는 말 아닐까, 최대한 작품에 묻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요. 이제는 '뭘 더 보여줘야지'보다는 '조금 덜 해야지' 생각한달까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서현진(39)은 담담한 말투로 연기에 대한 생각을 내놨다.

'식샤를 합시다2', '또! 오해영', '낭만닥터 김사부', '뷰티 인사이드' 등에서 울고 웃고 화내기도 하며 감정을 터뜨리는 연기를 선보여왔던 서현진이 이번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에서 종전과는 다른 역할을 맡았다.

'트렁크' 속 노인지(서현진 분)는 상처투성이 내면을 건조한 표정 뒤에 감춘 인물이다.

서현진은 "이렇게 버석한 멜로를 다루는 작품이 많이 없다"며 "노인지는 스스로를 고립시킨 인물이고, 작품 전반에 외로움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로는 "인지가 시한부, 성소수자 등 어딘가 외로운 사람들의 사연을 외면하지 못하는 상냥한 사람이라서 좋았다"며 "나중에는 인지가 스스로 들어간 땅굴에서 나오기로 결심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트렁크'는 돈을 내고 배우자를 얻는 기간제 부부 서비스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과 어둡고 미스터리한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현진은 "앵글도, 색감도 제 취향에 가까웠다"며 "감정을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연출로 분위기를 표현한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애나 결혼 등은 진행될 때보다도, 둘의 관계가 끊어졌을 때 자기의 진짜 모습이 제일 잘 보인다"며 "불편할 수도 있는 그 감정을 수면 위로 올려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공유, 연출을 맡은 김규태 PD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열려있고, 유머러스함을 갖고 있다는 것이 두 분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두 분 다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고 작품에 융화되는데 그 부분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그간 서현진은 드라마에서는 활발히 활동했지만, 제작발표회 등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언론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일이 드물었다. 이번 인터뷰는 2016년 tvN 드라마 '또! 오해영' 이후 약 8년 만에 기자들과 만난 것이라고 한다.

오랜만의 인터뷰지만 긴장한 모습은 없었다. 서현진은 어려운 질문은 곱씹어보고, 까다로운 질문도 애써 피하지 않고 차근히 자기 생각을 풀어냈다.

그간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작품을 통해 다 보여드린다고 생각했고, 또 제가 (인터뷰에서) 붙이는 사족이 마치 답지처럼 될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요즘 어떻게 살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며 "이런 인터뷰를 안 하면 안락할지 모르겠지만, 대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 발 밖으로 나가야만 재밌는 일도, 스트레스받는 일도 일어나는 것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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