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지진, 정부 책임 없다" 판결 뒤집혀 시민들 비난 봇물

항소심 "지열발전 과실 입증 부족"
물 과도한 주입 인정하면서도 1심과 달리 인과관계는 불인정
市 "고통 외면 개탄" 시민 "항고"

13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이강덕 시장이 대구고법의 항소심 판결에 따른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13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이강덕 시장이 대구고법의 항소심 판결에 따른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13일 대구고법 정문에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가 포항지진 관련 항소심 패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대구고법 정문에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가 포항지진 관련 항소심 패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촉발지진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지진 발생에 따른 정부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구고법 민사1부(정용달 부장판사)는 13일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 공동대표 등 지진 피해 포항시민 111명이 국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제기한 포항 지진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열발전 사업 참여 기관들이 업무에서 일부 미흡한 사항이 있었지만 지진 발생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고, 이에 따라 민사상의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사업 참여 기관의 과실이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며 1인당 200만~3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감사원 등 조사에서 지열발전사업에 참여한 기관들이 일부 업무에서 미흡한 사항이 지적됐지만 이는 사후적인 감사·조사에 따른 것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요건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특히 업무 미흡 사항이 지진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지열발전사업에 참여했던 넥스지오 등이 충분한 조사와 자문을 거쳐 연구 부지를 선정한 점 등을 들었다. 또 넥스지오 등이 수리 자극 과정에서 물을 강한 압력으로 주입하거나, 계획보다 많은 양의 물을 주입한 것이 포항 지진을 촉발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포항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대법원 상고를 예고했다. 포항시민 측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도 포항지진이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사업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지만 재판부 설득에는 실패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며 "50만 포항시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도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안타까움을 넘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은 지진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시민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정으로, 시민 모두가 바랐던 정의로운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포항시의회도 유감 표명과 함께 지진발생 이후 단 한 차례도 공식사과 없는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포항지진 공동소송단 관계자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업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은 여러 전문가와 국가기관이 밝혀낸 포항 촉발지진과 지열발전사업 간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 실상을 깊이 반영해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11월 15일 포항 촉발지진 직후 정부는 공식 조사연구단을 꾸려 수개월간 조사를 진행해 지진이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사업에 의해 촉발된 인공지진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감사원도 안전관리 방안과 대응조치 부실 등 20건의 위법·부당행위를 찾아냈다.

또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지진 위험성 분석과 안전 대책 수립 미흡 등 혐의로 지열발전사업 관련 기관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으며, 사업 관계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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