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있지만, 비용은 부담이다. 이별은 더 아프다. 반려동물 양육은 삶의 질을 높이지만, 동시에 지갑과 마음을 시험한다. "키울까 말까" 고민은 그저 감성의 문제가 아니다.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비용과 심리적 부담이 여전히 큰 고민거리다. 입양비부터 치료비, 장례비까지 생애 주기별 지출이 만만치 않고, 펫로스(이별 후 상실감) 역시 양육을 주저하게 만든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한 현실 속에서 반려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행복감·가족관계 개선…삶에 긍정적 변화 이끌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의 양육 만족도는 76.0%에 달했다. 이는 2023년(67.3%) 대비 8.7%포인트(p) 증가한 수치로, 반려 생활에 대한 전반적 만족감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구 형태별로 보면, 1인 가구의 만족도는 81.3%로 가장 높았고, 부모자녀가구(75.0%), 부부가구(73.4%)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1인 가구는 전년 대비 16.0%p 상승해, 외로움을 덜어주는 반려동물의 심리적 효과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집단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이 삶에 주는 긍정적 효과는 다방면에서 나타났다. 반려인이 꼽은 '효과 톱7'은 다음과 같다.
복수로 응답한 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삶의 만족도 및 행복감 제고(63.3%) ▷외로움 감소(57.5%) ▷가족 간 관계 개선(51.6%) 우울증 감소(39.7%) ▷스트레스 감소 및 대처 능력 향상(37.5%) ▷신체 활동 증가로 인한 건강 증진(24.8%) ▷불안감 감소(22.0%) 등이다.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 개선에도 긍정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려 생활이 단순한 여가가 아닌, 삶의 질 전반을 높이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입양부터 장례까지…"사랑에도 비용이 따른다"
하지만 행복한 반려 생활 뒤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존재한다. 보고서는 반려동물의 생애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입양비, 양육비, 치료비, 장례비 등 네 가지 핵심 비용 항목을 분석했다.
입양비는 평균 38만 원으로 2023년보다 10만 원(33.6%)이나 증가했다. '전문 브리더'를 통한 입양은 평균 101만 원(2023년 대비 31만 원 증가)으로 가장 높았고, 반려동물복합매장은 89만 원, 일반 애견센터는 78만 원이었다.
월평균 양육비는 19만4천 원. 식비(사료, 간식 포함)가 전체 지출의 57.6%로 가장 많았고, 일용품비, 미용비, 유모차 등 가전·외출 용품 구입도 상승 추세다. 특히 반려묘 가구의 월 양육비 상승 폭이 반려견보다 커, 물가 인상과 동물 고령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치료비는 최근 2년간 평균 102만7천 원으로 2023년(57만7천 원) 대비 거의 2배 증가했다. 치료비를 실제 지출한 가구의 평균 지출액은 146만3천 원으로 더 많다. 치료 항목은 피부질환이 46.0%로 가장 많았고, 정기검진(43.9%), 소화기 질환(21.7%)이 뒤를 이었다.
장례비도 전년보다 8만3천 원이 증가한 46만 3천 원을 기록했다. 특히 '직접 매장' 방식이 2023년 58.7%에서 2025년 31.6%로 줄고, 메모리얼스톤(보석화)이나 병원 장례 대행이 늘면서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생애 자금 관리 "있지만 부족하다"…보험도 여전히 '그림의 떡'
이처럼 지출이 커지자 일부 반려가구는 전용 자금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4가구 중 1가구(26.6%)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보유금액은 평균 239만 8천 원, 매달 저축액은 19만 2천 원으로, 생애 지출과 비교해 작은 규모다. 자금 용도는 병원비(73.3%), 건강관리(56.4%), 양육비(42.1%) 등이 주를 이뤘다.
반려동물보험도 해결책 중 하나지만, 현실은 냉담하다. 보험 인지율은 91.7%에 달하지만, 실제 가입률은 12.8%에 불과하다. 특히 60대 이상 가입률은 2.8%로 매우 낮았다.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보험료 부담(50.6%)으로, 보험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보험 활성화를 위한 개선 과제로는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46.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진료비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보험도 정착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이별이 두렵다"…펫로스와 심리적 후유증도 걸림돌
경제적 부담만큼 무거운 또 하나의 고민은 바로 펫로스(Pet Loss)다. 반려동물과의 사별을 경험한 반려가구는 전체의 54.7%에 달한다. 이 중 16.3%는 '펫로스증후군'을 겪었다. 이는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1년 이상 우울·무기력 상태가 지속되는 정서적 장애로, 공식 진단명은 '지속성 애도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다.
펫로스 경험자들은 "돌봄이 부족했다는 자책감이 크다"(71.5%), "무기력과 우울에 시달렸다"(48.6%)고 답했다. 실제 극복 방법으로는 '충분한 애도 시간 확보'(53.6%)와 '가족·지인의 공감'(42.4%), '재입양'(33.3%) 등이 제시됐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반려인들은 '펫로스 상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51.2%), '전문 자격제 도입'(33.8%), '정부 상담 서비스 제공'(25.2%), '반려동물 사별 휴가'(15.0%) 등을 제도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사랑만으론 부족"…그래서 망설이는 사람들
높은 만족도와 정서적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반려가구가 양육을 주저하거나 타인에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앞서 살펴본 경제·심리적 부담 때문이다. 보고서에 수록된 인터뷰 응답에는 다음과 같은 고민이 실려 있다.
"혼자 둘 수 없어 외출이나 가족 여행에 제약이 있다", "병원비 등 비용 부담이 크다", "이 친구가 없을 때,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그 감정을 못 견딜 것 같다."
실제로 반려동물 양육을 타인에게 추천하겠다는 응답은 49.4%에 그쳤다. 양육 만족도(76.0%)와 양육 지속 의향(74.2%)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반려동물은 가족이지만, 그만큼 책임과 부담도 늘어난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펫로스에 대한 공감과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서적 교감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과 심리적 후유증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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