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정부 출범 한달, 가장 빠른 기자회견…거침 없는 2시간 답변

"관세협상에 최선, 한일관계는 유연하게" 남북대화 재개의지도 재확인
"검찰개혁 반대 여론 많지 않아, 자업자득" 추석 전 방향제시 예고
"부동산 문제 대한민국 미래에 큰 영향, 대출규제는 '맛보기' 불과"
"민생안정 처방 총동원, 투자는 금융시장으로 옮겨가야"
"의정갈등 타협으로 풀 것… 2학기에는 의대생·전공의 복귀 이뤄져야"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정국 전반에 대한 거침없는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120여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무너진 민생 회복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라며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증명의 정치,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신뢰의 정치로 응답하겠다"고 말했다.

◆외교안보분야 "관세협상에 최선, 한일관계는 유연하게"

이번 기자회견은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등 분야별로 질문 주제가 적힌 상자에 담긴 기자의 명함을 이 대통령이 뽑아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인 한미 관세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이 먼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사안의 특성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이 어렵다고 밝히면서도 "(협상 진행 상황이) 매우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쌍방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못한 상태"라며 "(현재 협상시한으로 알려진) 7월 8일까지 끝낼 수 있는지도 확언하기 어렵다. 다방면에서 우리의 주제들도 매우 많이 발굴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과거사 문제를 아직 청산하지 못해 서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북한 핵·미사일 대응 등 안보 문제나 경제 사안 등에서 협력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전략적·군사적 측면에서도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부분이 많다"며 "오른손으로 싸워도 왼손은 서로 잡는 유연하고 합리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해 한미일 협력 기조를 재확인했다.

남북관계를 두고는 "한미 간 든든한 공조 협의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대화를 전면 단절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방송 중단에 대한 북한의 호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긴장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분야 "부동산 투기적 수요, 남은 정책 카드 많아"

경제분야에서는 "민생안정을 위한 처방을 총동원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무너진 민생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공생하는 산업 균형 발전으로 모두의 성장을 이뤄내고, 두툼한 사회 안전 매트리스로 국민의 삶을 빈틈없이 지키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간 경제 성과에 대해서는 "주식시장이 잘 돼 가는 것 같다"며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 또 주가조작 등 부정요소 제거만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봤는데, 이런 점이 시장에 반영돼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과열 조짐을 나타내는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의 대출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하는 등 집값 안정 대책이 다각적인 방향에서 추가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출규제와 관련해 "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어 흐름을 바꿀까 한다"며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부동산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안 그래도 좁은 국토에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투기적 수요가 사실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다. 이제 부동산보다는 (투자를)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분야 "검찰개혁 반대 여론 많지 않아, 자업자득"

이 대통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면서 강력한 검찰개혁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 개혁, 또는 이를 포함한 사법 개혁은 매우 중요한 현실적 과제"라며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국민의 반대 여론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개혁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일종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검찰 개혁의 완료 시점을 두고는 "추석 전에 하자고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들이 얘기하는데, 제도 자체를 그때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근 출범한 3대 특검에 대해선 "국민의 명령에 따라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재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의정갈등을 두고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일부 복귀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2학기에 가능하면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임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에 대해선 "일방적 강행이 문제를 많이 악화시켰고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려 국가적 손실도 매우 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충분히 하고, 적절하게 필요한 영역에서 타협을 해결해 나가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여야 반응을 엇갈렸다. 민주당은 "민생과 국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열망, 자신감을 확인시켜 줬다"고 평가했으며,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현실 진단도, 구체적인 해법 제시도 없는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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